김선일씨 피살 사건 처리과정에 대한 외교통상부조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사는 문책보다는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방지를 위해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각종 의혹을 밝혀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제2, 제3의 김선일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 차원의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볼 문제는 외교부 각국 주재 공관의 교민 관리실태를 점검,개선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라크 공관은 지난달 31일 피랍된 김선일씨가 3주 이상 행방불명인데도 전혀 행방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라크가 전쟁의 후유증으로 각종 테러에 노출된 위험 지역임을 감안하면현지 공관의 최우선적 과제는 교민보호라는 영사업무가 중심이 되어야 했음에도 뒷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이라크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일어난한국인 사형 파문 등의 경우에도 현지공관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것이 많은 국민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는 이라크 현지 공관의 교민 관리실태를 분명히 파악하고개선책을 마련함으로써 다른 지역 공관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하는 일이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그동안 주요국 외교업무 담당자들에 비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오던 영사업무 담당자에 대해 균형 인사를 통해 업무의 중요성 만큼 대우를 해줌으로써 직원들의 교민보호 노력을 적극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또 경제 성장과 세계화 추세에 따라 한국도 이제 국제테러단체의 표적이 되고있다는 점에서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정보 수집과 협상기술 확보 등이 필요한시점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왜 정부는 중동내 테러단체와 대화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채 허둥댈 수밖에 없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함으로써 국제테러 대응책 모색이시급한 과제다. 16대 국회는 해외 정보기관과 연계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 산하에 두려고 한다는 점과 인권침해 등을 거론하면서 대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은 채 표류시켰다. 9.11사건 이후 미국내 각종 테러 방지책들이 모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외 테러 대응기관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상황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외교부는 아랍어와 영어를 잘하는 현지인들에 대한 채용을 늘려 현지사정을 보다 신속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외무고시 일변도의 외교관 충원시스템을 개혁해 각종 지역전문가를충원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 대책과 함께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테러단체의 교민피랍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파악해 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또 왜 AP통신이 김선일씨의 비디오테이프를 조기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부분과더불어 외부 제보와 문의를 흘려버린 외교안보부처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 병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각종 정보를 취합해 협상채널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정부의 일관되고 정연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어야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시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