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토비 맥과이어)은 시민들의 영웅이지만 악당들의 표적이기도 하다. 연인(커스틴 던스트)이 세상에 알려지면 그녀의 생명도 위태로워진다. 초인 영웅으로서 악당을 퇴치하고 인간으로서 사랑을 성취하는 일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유일한 친구와 존경하던 스승도 원수로 변했다. 만화 원작의 액션판타지 '스파이더맨 2'(감독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 맨이 인간과 초인 영웅 사이에서 갈등하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을 다뤘다. 만화를 영화화한 '헐크''엑스맨''데어데블' 등과 유사한 설정이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멜로드라마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특히 스파이더 맨은 만화 영웅 중 처음으로 여인의 도움을 받아 사랑을 성취해 낸다. 여성이 보조 수단에 머물던 역대 초인 영웅들에 비해 여성의 역할이 격상됐다. 악당 닥터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의 인질로 붙잡힌 할머니가 항거하는 대목도 동일선상에 있다. 이 작품은 또 과학기술이 인간의 탐욕으로 오용되는 순간 문명 파괴의 원흉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스파이더 맨과 악당들은 모두 실험의 실패에 따른 산물이지만 탄생 동기는 다르다. 악당들은 출세욕에 눈멀어 실패 가능성을 스스로 외면했지만 피터 파커는 유전자 변형 거미에 실수로 물려 스파이더 맨이 됐다. 스파이더 맨의 친구 아버지(전편)와 스승(속편)이 악당이라는 설정은 과학이 인간관계를 갈라놓는 악한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할리우드 사상 최고인 2억1천만달러가 투입된 대작답게 액션 장면들은 볼 만하다. 스파이더 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자동차 사이로 질주하거나 거대한 촉수를 지닌 닥터 옥토퍼스와 대결하는 장면들은 특히 박진감이 넘친다. 그러나 스파이더 맨이 거미줄을 타고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빌딩숲 사진에다 스파이더 맨의 움직임을 단순히 합성한 듯 표현됐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스파이더 맨이 공중부양할 때도 마치 로켓처럼 솟구친다. 중력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이 장면에 대해 제작진은 액션의 차별화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화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만화처럼 만든 것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30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