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대로 가면 10년내 경제 大위기"..장하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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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이대로 가면 향후 10년내에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2년간 한국 생활을 마치고 내달초 영국으로 떠나는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경제학)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장 교수는 "지금 당장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지난 6년간 제조업 부문의 유형고정자산 투자가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 가면 주력 산업의 수출경쟁력도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지난해 초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휴직계를 내고 한국에 들어와 고려대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했으며,2002년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공모에도 지원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장 교수가 국내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와 이를 모델로 진행된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에 대한 신랄한 비판 때문이다.
장 교수가 한국 경제 위기의 주 요인으로 지목한 투자 감소도 주주자본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가 전자 산업에 진출한 이후 흑자를 내는데 17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주주들은 절대 17년이란 세월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는 한국처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성장이 필요한 경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장 교수의 지론이다.
장 교수의 이같은 견해에 대해 일각에서 "재벌체제를 결과적으로 옹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으나,이에 대한 장 교수의 반론은 명쾌했다.
"집에 물이 샌다고 집 자체를 허물 수는 없죠.재벌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을 감안할 때 이들의 활동을 제약하면 성장과 분배 모두 힘들어집니다."
그는 나아가 과거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이승엽같은 홈런타자도 매번 홈런만 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재벌기업의 '공(功)'과 '과(過)'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벌체제에 대한 장 교수의 이같은 견해는 그의 사촌형이자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장 교수는 최근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현재 선진국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미명아래 후진국들에 강요하는 무역 및 경제 규범들은 과거 그들이 개발도상국 시절에 취했던 경제정책과는 모순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회가 되면 한국의 대학에서 가르치고 싶습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