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단기금융시장 직접 참여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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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들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조기 집행에 적극 나선 가운데 부족 자금 조달 방법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부족한 재정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방편으로 콜시장을 활용키로 하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고금관리법 개정 방침을 지난 21일 밝히자 한국은행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
한은 노조는 재경부가 콜시장에 참여할 경우 단기금융 시장이 심각하게 교란될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이같은 논란은 정부가 공공 건설공사 조기 집행과 일자리 창출 등 경기 부양성 재정자금을 연초부터 집중 집행하면서 외부 차입 한도를 거의 소진한 상황과 맞물려 있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 재경부 "일시 자금 부족 해소용"
정부는 현재 예산회계상 일시적인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한은 차입이나 재정증권 발행 등으로 부족분을 메우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재정증권 발행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한은 차입은 높은 금리(연 5%)에다 한도도 제한돼 예기치 못한 일시적 자금 부족에 대처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직접 콜차입(콜머니)하거나 환매조건부로 보유 채권을 매각(RP 매각)해 급전을 조달하겠다는게 재경부의 복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당장 자금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법에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단기금융 시장 참여는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재경부가 작년 말 정부 회계에서 1조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 부랴부랴 양곡회계에서 돌려막았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재경부는 한은에 차입금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 한은 "통화정책에까지 영향 미친다"
한은은 재경부의 단기금융 시장 참여 방침 발표 전에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재경부는 법 개정안 발표를 강행한 것이다.
한은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노조가 성명을 통해 "콜시장은 한은의 통화정책이 (콜금리 결정을 통해) 1차로 파급되는 경로이기 때문에 정부가 참여할 경우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부가 단기금융 시장에 참여할 게 아니라 재정자금의 (수요)예측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노조 성명이 사실상 한은 내 정서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세계적으로 정부가 콜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콜시장 참여폭이 커질수록 한은의 공개시장 조작 등 통화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일각에서는 정부가 확보한 세수에 비해 경기를 의식해 재정 조기 집행만 강조하다 보니 콜시장 참여라는 카드를 꺼냈다고 보고 있다.
◆ 시장도 거부 반응
A은행 자금 담당자는 "시장 참가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시장 정보를 틀어쥔 재경부가 참여한다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들어 비판했다.
B은행 관계자도 "시장 참가자들은 세수나 통안채 발행 등 예측 가능한 자금 변수를 갖고 금리 경쟁을 해왔는데 예측 불가능한 재정 정보를 갖고 있는 재경부가 참여하면 시장 질서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정교한 세입ㆍ세출 계획을 세워 수급 균형을 맞추는데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