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많은 산업과 공장들이 몰려가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만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합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28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이 주최한 CEO포럼에 참석, '반도체 중국 견제론'을 주장했다. 황 사장은 "지금은 중국이 기술력이 취약하지만 미국 등의 유학생을 통한 인력자원과 막강한 화교자본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 수 있다"며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특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몇 년 안에 세계 반도체 수요의 25%를 소화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적인 우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일부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는 중국으로 옮겨도 무방하겠지만 전체 IT(정보기술)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의 경쟁 우위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중국 견제론과 달리 일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활용론'을 주창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CDMA 등에서 일부 일본을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우쭐대면 곤란하다"며 "일본은 멀티미디어 부품소재 등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의 나라인 만큼 벤치마킹을 통해 일본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손욱 삼성인력개발원 원장, 김수삼 한양대 부총장 등 기업체 CEO와 학계 인사 등 1백20여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서 황 사장은 시종일관 자신 있는 태도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설명했다. 황 사장은 "세계 반도체 업계의 현안은 12인치 웨이퍼 생산과 0.1마이크로미터의 벽을 깨는 것인데 삼성전자는 이 두 가지 모두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계속 최고의 실적과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반도체 정신'은 유목민 정신과 이순신 장군의 필생즉사, 필사즉생 정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목민 정신은 유목민이 성을 쌓지 않고 계속해 또 다른 목표를 세워 이동하는 것처럼 현재의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해군장교로 근무한 경험 때문에 평소 이순신 장군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기업인이 되고 나서도 배울 점이 많아 자주 얘기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정부가 자꾸 '새로운 산업'에 대한 얘기를 늘어 놓는 것을 듣고 있으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며 반도체는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발 앞선 과감한 투자로 주도권을 잡은 반도체산업에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워 그 결실을 거둬들일 때라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