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제조업체인 서전의 부도가 안경업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서전이 국내 굴지의 안경업체인데다 그동안 품질과 디자인,브랜드로 승부를 걸어온 대표적인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서전의 부도는 국내 안경산업의 메카인 대구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구는 전국 5백여개 안경제조업체 중 80%가 밀집한 국내 최대 안경생산지다. 이들이 서전의 부도에 관심을 쏟는 것은 이 회사의 도산이 국내 안경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3중고에 허덕이는 안경업계 국내 안경업체들은 △저가 중국산 수입증가 △경기침체에 따른 안경 내수소비 위축 △수출감소 등으로 몇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안경업체가 주로 입주해 있는 대구 북구 노원동 일대는 지난 80년대 초만해도 종업원이 1천명이 넘는 공장이 여러개 있었으나 지금은 1백명이 넘는 공장이 거의 없을 정도다. 국내 안경업체들의 수출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 1억4천6백6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 98년에 비해 32% 감소한 것이다. 올해도 작년보다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산 제품이나 중국산 저가 부품을 사용해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조립한 값싼 제품의 수입이 늘고 있다. ◆서전의 부도는 구조조정 신호탄 이에 따라 서전의 부도는 새로운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경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전이 일본에서 부품을 조달해 왔기 때문에 대구지역 부품업체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고 20여개사의 30억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서전의 부도에 따른 후폭풍이 더 큰 문제라고 걱정하고 있다. 광학조합의 곽순호 이사장은 "서전 같은 업체도 무너진다는 것이 안경업체들에 심리적인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원자재 구입시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금융회사들까지 안경업체의 자금회수에 나서면 안경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력없는 안경업체들의 연쇄 휴·폐업과 인력감축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구국제광학전시회(DIOPS) 박상민 팀장은 "안경업체들의 경영난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세계 최고의 안경생산국인 이탈리아 업체들의 15% 정도가 최근 무너졌고 중국도 지난해 사스파동 이후 쌓인 재고를 소진하지 못해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경산업에 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뉴스타광학 유레카광학 등과 같은 업체들은 연간 1천만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고가브랜드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한편 서전은 지난 28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서전은 설립 초기부터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해 고가 안경테를 생산해왔으나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가열,허술한 제품유통체제,내수감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다고 안경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대구=신경원·문혜정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