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가능성 알면서도 퇴원조치…의사 '살인방조죄' 확정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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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퇴원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사가 가족의 요청에 못이겨 퇴원을 허용한 것은 살인방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확정판결이 나왔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며 법적ㆍ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29일 인공호흡기에 의존,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보호자의 요구로 퇴원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양모씨와 3년차 수련의 김모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초래한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했다고 보긴 어려워 살인죄 성립요건은 충족시키지 않는다"면서도 "피해자를 퇴원시키면 보호자가 피해자를 사망토록 방치할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고,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는 등 살인행위를 도운 점이 인정되므로 살인방조범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이번 확정판결에 대해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의 가족들이 몰려와 퇴원을 요구할 경우 병원이 이를 거부할 명분이나 통제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사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판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권용진 대변인은 "외국처럼 유언장이나 법정 대리인제도 등을 통해 환자나 가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의학적 충고에 반하는 퇴원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만 유사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