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인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요건에서 사실상 탈피,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논란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해야 할 상황에 몰렸으나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다수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추이에 따라 에버랜드가 또다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가 완전 해결됐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특정 기업의 주가 변동에 따라 금융지주회사 요건이 좌우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및 금융지주회사법을 손질해야 하는 부담이 남았다. ◆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요건 탈피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엔 금융 자회사의 비중(주식지분 기준)이 전체의 50%를 넘을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7일 에버랜드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됐는데도 금감위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버랜드는 작년 말 현재 삼성생명 주식 19.3%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7%)의 주가가 뛰면서 에버랜드의 자산 중에서 삼성생명 비중이 54.7%에 이르게 됐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이달 말까지 에버랜드에 보유주식 비중을 낮추는 등의 구체적 처리방안을 마련토록 요구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바뀐 회계처리 기준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 7조8천억원 중 삼성생명의 자본(주주몫)은 3조1천억원이 감소하고 대신 부채(계약자몫)가 늘게 된다. 삼성측과 공정위는 6월 말 기준으로 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밑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유예기간 설정으로 해결 가닥 삼성측은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한다든가, 부채를 끌어들여 삼성생명 비중을 낮추는 등의 처리방안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룹의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의 주요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을 팔 경우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삼성측은 금감위가 요구한 구체적 처리방안을 제출하지 않고 대신 처리를 1년 이상 유예해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삼성측은 1년 후면 에버랜드 지주회사 논란이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위나 공정위 등 정부기관들도 1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쪽으로 해법을 찾았다. 동시에 '제2의 에버랜드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비자발적으로 지주회사가 될 경우 2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토록 관련 법규를 고칠 방침이다. 또 시정명령권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1년 이후다. 1년 후에도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삼성생명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중 주주몫(자본)이 늘어나도록 돼 있는 만큼 삼성측으로서도 본질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