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를 맞아 국내 양대 패션업체인 제일모직과 LG패션이 돈 안드는 'PPL(product placement)'을 적극 추진, 눈길을 끌고 있다. 제일모직은 여성복 브랜드 'KUHO'의 디자인실과 매장, 의상을 29일 종영한 MBC 드라마 '불새'에 자주 등장시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드라마 제작진이 아닌 제일모직측 제안으로 '2004 KUHO 가을ㆍ겨울 패션쇼'가 극중 신제품 런칭쇼 장면으로 사용됐고 드라마 주인공 이은주가 극중 디자인한 민소매 블라우스는 KUHO에서 특수 제작해 소품으로 제공한 후 현재 매장에서 신상품으로 팔고 있다. 연기자들에게 단순히 옷만 빌려주는게 아니라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적극 참여해 의상과 세트를 제작하고 상품 판매로까지 연결시키는 등 협찬에 대한 인식이 전략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 KUHO는 올 시즌 공중파 광고비로 돈 한 푼 안들이고도 20억원 상당의 광고 효과를 봤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LG패션도 신사복 브랜드 '마에스트로'의 전속 모델이자 현재 SBS 주말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재벌 2세 연기를 하고 있는 박신양에게 정장 전부를 맞춤 제작해 주고 있다. LG패션이 신사복 브랜드 협찬에 나서기는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 액세서리나 캐주얼 의류와 달리 신사복은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가 어려워 그간 협찬을 삼갔지만 불황으로 광고예산이 줄어들면서 한달에 최소 5억원 이상은 써야 효과를 보는 TV광고 대신 맞춤옷 제작비 몇천만원만 들어가는 드라마 협찬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LG패션은 이를 매출 상승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음달 3일부터 보름간 마에스트로 전국 매장에서 4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극중 박신양이 매고 나온 넥타이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등 판촉 행사도 벌일 예정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요즘같은 불황기에 몇억원씩 소요되는 PPL 계약을 정식으로 맺긴 힘들다"며 "단순히 옷만 빌려주던 협찬도 이제는 드라마 대본 단계에서부터 제작진과 협의해 의상과 세트를 제공하는 등 '돈 안 드는 PPL'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때"라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