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생산공정수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올해 실질 임금인상률이 20%를 넘어섬에 따라 생산성 향상으로 인건비 상승 부담을 만회하겠다는 계산이다. 협력업체망을 정비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을 높여보자는 의도이기도 하다. LG전자 관계자는 30일 "가전제품을 다루는 창원공장의 생산 공정을 연말까지 50% 가량 줄이기 위해 '디지털생산방식(DMSㆍDigital Manufacturing System)' 구축작업에 들어갔다"며 "7월말까지 납품업체 및 연구개발(R&D)센터 등과 협의를 끝낸 뒤 8월 휴가기간중 생산라인 개ㆍ보수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DMS 및 혼류생산 LG전자가 추진하는 DMS란 대형 납품업체(EMSㆍ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들이 소형 납품업체들로부터 부품을 받아 1단계로 조립해 모듈화한 뒤 LG전자에 다시 납품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LG전자가 직접 소형 납품업체들로부터 부품을 받아 조립하던 작업이 생략되기 때문에 공정이 단순해진다. 예컨대 에어컨 앞면 케이스의 경우 현재는 패널 프레임 인쇄회로기판(PCB) 컨트롤박스 윈도디스플레이 등을 5개 중소업체로부터 각각 납품받아 LG전자 공장에서 조립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1개 EMS업체가 아예 앞면 케이스를 만들어 LG전자에 납품한다는 것이다. LG전자는 DMS 구축작업이 일단락되는 연말께면 납품받는 부품 중 모듈화된 부품수가 전체의 60% 수준에서 80∼90%로 늘어나게 된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냉장고 사업부를 중심으로 '혼류생산'을 강화, 1개 생산라인에서 설비 교체작업을 벌이지 않고 생산해낼 수 있는 모델 수를 현재 1∼3개에서 6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혼류생산이 제대로 정착되면 생산 모델수가 2배 이상 확대돼 명실상부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구축된다"고 말했다. ◆ 인건비 부담을 줄인다 LG전자가 강력한 생산성 혁신작업을 시행키로 한 데는 주5일 근무제 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 직원이 직접 조립하던 업무를 납품업체로 넘기는게 DMS의 핵심"이라며 "납품업체로 창원공장 전체 근로자(5천명)의 10%인 5백명 정도 업무량이 넘어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어차피 제조과정이 복잡한 프리미엄 제품 생산이 늘면서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DMS가 시행돼도 기존 인력을 감원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신규 채용보다는 내부 인력을 다른 부문에 활용할 수 있어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소량 납품 방식이 EMS업체의 대량 납품 형태로 바뀌면서 물류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협력업체망 재편 불가피 LG전자의 이번 생산성 혁신은 모듈 방식을 강화하는 형태여서 협력업체망의 재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LG전자는 DMS가 시행되면 4백개 협력업체가 궁극적으로 60여개의 EMS업체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상당수의 1차 협력업체는 2∼3차 협력업체로 물러앉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DMS 생산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선 EMS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게 관건이라고 보고 EMS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키로 했다. 또 LG전자의 노하우를 주요 EMS업체에 전수해 불량률을 낮춰간다는 구상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