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대형 유통체인인 월마트(Walmart)는 지금 역사상 최대규모의 민사소송에 휘말려 있다. 이 회사의 전·현직 여성근로자 1백60만명이 "임금지급과 인사상 대우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소위 '성차별 소송'인 셈인데 자칫 회사는 수십억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미국에서는 직종을 불문하고 성차별 사건이 종종 법정으로 비화되곤 한다. 세계적 금융회사인 모건 스탠리의 여직원 1백여명은 "여성들은 아직도 중요하고 힘있는 자리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회사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는가 하면,홈디포(Home Depot)사는 성차별 건으로 2만5천여명의 여성 근로자에게 1억4천만달러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경영진들은 성차별 소송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 성 관련 소송은 당사자들 수가 많아 패소할 경우 배상금액이 엄청나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다. 직장내 남녀차별 문제는 유럽에서도 현안으로 대두돼 기업은 물론 정부가 여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급기야 프랑스의 장 피에르 라파앵 총리는 남녀차별 철폐에 앞장선 기업들에 '평등마크'를 붙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오는 9월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마크처럼 제품에 부착하는 것으로 독립된 공익기구인 프랑스평등보장협회(AFAQ)에서 심사해 자격을 부여한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심이 돼 '종합차별금지법'제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기에는 성차별 시정을 위한 국가나 지자체,기업 등의 의무조항까지 명기된다고 한다. 여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존재하고,부당해고와 관련된 '여성차별해고신고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나 미흡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여성들이 직장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다. 동료나 상사에게서 까닭없이 성차별을 당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조사보고서가 부지기수로 많은 것만 봐도 그렇다. 성평등은 우리 스스로 편견을 불식시키는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지극한 상식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