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계량경제학회 극동 학술대회(FEMES)가 30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연세대학교 상경대학에서 개막됐다. 글로벌 경제의 통합화와 정보기술(IT) 등 새로운 산업부문의 출현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각종 경제현상에 대한 새로운 예측모델을 모색하는게 이 대회의 취지다. 지난 91년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이브 그레인저 미국 UC샌디에이고 교수와 크리스토퍼 심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비롯, 한국계량경제학회장인 박원암 홍익대 교수 등 국내외 저명 경제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 준비위원장을 맡은 유병삼 연세대 교수는 "FEMES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제학술대회"라며 "이번 학술대회는 시장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데 한국 경제학계가 한 차원 높게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경제학 올림픽' 1966년 창설된 이래 격년제로 열리는 FEMES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주도해 왔다. 박원암 교수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가장 역동적인 시장경제국가로 꼽힌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경제학계가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계량경제학 등 총 3개 분야로 나눠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환율과 무역 △산업조직 △포트폴리오 이론 △경제성장 △금융위기 등 다양한 주제별로 4백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이번 대회에는 그레인저 교수와 심스 교수 외에도 에릭 매스킨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세계계량경제학회장)와 도널드 앤드루 미국 예일대 교수 등 거물급 학자들이 대거 참석,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 경제학 주류 형성 계량경제학이란 수학과 통계 기법을 이용해 경제 이론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경제학의 한 분과다. 지난 1933년 미국에서 세계계량경제학회가 설립되면서 경제학의 주류로 부상했다. 유병삼 교수는 "과거 자료들에 기초한 정교한 경제분석의 필요성이 커져 최근 들어 계량경제학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할 때도 금리인상이 금융시장 및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계량경제학적 분석기법이 필수적이라는 것. 특히 최근 들어서는 경제예측 기법이 발달하면서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계량경제학자들은 자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는 강성진 고려대 교수 등이 한국의 가계가 외환위기 이후 복지수준이 45% 하락했다고 밝히는 등 각종 경제현상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 2세대 해외파 활동 활발 한국에서는 1970년대 초 계량경제학이 본격 소개된 이래 현재 '2세대 해외파 계량경제학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병삼 교수를 비롯 류근관 서울대 교수와 박준용 성균관대 교수, 김창진 고려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박준용 교수는 지난 2002년도에 '세계계량경제학회 펠로'로 선정될 정도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박 교수는 그러나 "국내에서는 학술대회 참여도나 논문 발표수 등으로 따져볼 때 이론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10년 전보다도 더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계량경제학이 발전하지 않으면 객관적인 분석에 기초한 경제인식이 힘들어지고, 결국 경제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계 전반의 보다 큰 관심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