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원화가치 약세)이 한국산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성장을 둔화시킨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이는 수출 확대를 위해 환율 하락을 억제해온 정부의 외환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의식 한은 국제연구팀 차장은 30일 '외환국제금융 리뷰'에 실린 '환율변동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분석'이란 보고서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원화 약세는 수출 증가에 기여하지만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1986년 1ㆍ4분기부터 작년 3ㆍ4분기까지 환율변동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교 대상인 일본은 투자자금과 자본재를 국내에서 조달해 투자비용이 환율보다 금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엔화 환율 상승은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 확대로 이어지게 되고, 수출 확대는 투자 증가를 유발해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투자를 위해 외자나 수입자본재를 들여와야 하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환율이 오르면 외자 조달 및 자본재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지적됐다. 결국 수출이 늘더라도 투자 등 내수는 오히려 위축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즉 환율 상승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분석이다. 김 차장은 "일본은 수출이 1단위 늘면 각 부문에서 나타나는 부가가치(부가가치 유발계수)가 0.90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63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에서 환율 상승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경제구조의 차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비가격 경쟁력이 높고, 최종재에 대한 세계 수요가 증가하면 일본의 부품ㆍ자본재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은 핵심 부품과 자본재를 해외에 의존해 수출 증가에 따른 수입유발 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일본 기업들은 해외채권이 많고 채무에 대해서는 환위험에 적극 대처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대외채무가 많고 환위험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차이점으로 지적됐다. 김 차장은 "경상수지 흑자나 외자유입 등으로 환율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경우 과도한 환율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개입 필요성이 있지만 이로 인해 환율이 시장상황과 장기간 괴리되면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