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 협상의 핵심 쟁점인 관세 감축 방식이 브라질 인도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 모임인 G-20의 요구를 기초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농산물의 개방폭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30일 농림부에 따르면 WTO 회원국들은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4차 DDA 농업특별위원회를 열고 관세율이 높은 품목일수록 관세 인하폭을 확대 적용하는 G-20 안을 중심으로 관세 감축 방안을 논의했다. G-20 안은 그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장하던 혼합 관세 인하 방식(스위스 UR 무관세)에 맞서 브라질 인도 중국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이 지난달 초 제안한 새로운 관세 인하 방식이다. 최정섭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G-20 안은 기존의 혼합 관세 인하 방식보다 농산물 개방폭이 큰 다소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미국 또한 속으로는 G-20 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쌀 등 민감 품목의 점진적 관세 인하(UR 방식) 적용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과 EU의 혼합 방식이 G-20가 제시한 방식보다 다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G-20 안이 오는 9일 발표 예정인 DDA 농업 협상 초안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전체 농산물 품목의 10% 가량이 1백% 이상 고(高)관세 품목인 한국으로서는 그만큼 농산물 개방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 정책관은 "초안 발표에 앞서 5일 한국 일본 스위스 등 농산물 수입국 모임인 G-10이 각료회의를 열어 G-20 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힐 방침"이라며 "혼합 관세 인하 방식을 초안으로 채택하기 위한 G-10 국가들의 구체적인 공조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TO 농업특별위원회는 9일 협상 초안을 발표한 이후 14일에 5차 회의를 개최, 초안을 기초로 회원국간 최종 의견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