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경기 침체와 중국 경제 긴축 등을 이유로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들은 연초 한국이 6%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2분기 들어서도 내수 회복 기미가 나타나지 않자 전망치를 최저 4%대까지 끌어내렸다.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계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은 30일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6.3%에서 5.0%로 1.3%포인트 끌어내렸다. 내년 GDP 성장률도 6.0%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네덜란드계 증권사인 ING 역시 올 성장률 전망치를 6.0%에서 5.5%로 낮췄다. 씨티글로벌마켓과 ING는 △세계경제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되고 있다는 점과 △한국의 내수 회복이 기대치에 못미치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ING는 내수 회복이 예상되는 아시아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홍콩은 6.0%에서 6.5%, 말레이시아는 6.3%에서 6.5%, 대만은 5.5%에서 6.0%, 싱가포르는 6.0%에서 7.0%로 전망치를 올렸다. ING의 팀 고든 아시아금융시장 리서치 대표는 "한국은 국내 수요가 1분기 성장에 기여하지 못한 아시아 내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JP모건증권도 5월 말 올 국내 경제성장률을 6%에서 5.5%로 낮췄으며, CSFB는 4.2%까지 내렸다. 모건스탠리도 4.9%로 전망했다.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수출 강세는 수요 증가 또는 경쟁력 향상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 효과 때문"이라며 "한국은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신규 산업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정도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용철 리먼 브러더스 상무는 "연초만 해도 대부분의 경제분석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을 낙관했지만 중국이 긴축정책을 발표한 이후 한국 등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됐다"며 "특히 한국은 세계경기 둔화를 만회할 수 있는 내수 회복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