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과 금융기관에서만 실시했던 주5일 근무제가 직원 1천명 이상 기업에까지 확대된 것. 이번에 주5일근무 혜택을 받게 되는 사람은 우선 근로자 7백20만명(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 수)중 1백79만명 내외로 이들 가족까지 포함하면 6백만명이 여가와 자기계발의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게 됐다. 주5일근무제 도입으로 여행ㆍ레저ㆍ자기계발 등과 관련된 사업은 더욱 번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 부업 등을 통해 두 개의 직업을 갖는 '투잡스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5일근무제 전면 시행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1천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할만큼 규모는 크지만 여전히 주5일근무제를 맞을 준비가 덜된 기업들도 많기 때문. 또 주5일 근무 혜택 근로자들과 그렇지 못하는 근로자들 간의 심리적인 괴리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 생활이 달라진다 서울 강남에 있는 A어학원은 토요일 오후에 있는 영어청취 강좌를 오전으로 옮겼다. 주5일근무제로 토요일 오전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하는 회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학원 관계자는 "주5일근무제를 계기로 토요일 오전은 공부하고 저녁에는 쉬고 싶다는 응답이 많아 강의 시간을 변경하게 됐다"며 "7월 한달간 회원들의 반응을 보고 주말반 강의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 본사를 두고 있는 B여행사는 주말을 이용해서 일본 중국 홍콩 등을 다녀올 수 있는 2박4일짜리 '올빼미 관광상품'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이 회사의 관광가이드 조모씨는 "주5일근무제가 확대되면서 주말 관광상품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며 "7월부터는 이런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현지 호텔을 구하는 등 수용인원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벌어지는 사람들의 행동패턴 변화를 'FREEDOM'으로 요약한다. FREEDOM은 7개 영어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단어로 각각 가족(family), 오락(recreation), 체험(experience), 교육(education), 복수직업(dual job), 야외활동(outdoor), 마니아(mania) 등을 뜻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5일제 시행 초기에는 소득의 감소, 정보의 부족, 시간활용의 노하우 부족 등으로 가정에서 취미생활이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소일하는 '코쿤족'의 비중이 높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밖에서 여가를 즐기는 '활동족'이나 자기계발에 힘쓰는 '실속족'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완전 정착까지는 진통 따를 듯 직원 1천명이상 기업의 주5일근무제 실시에 대한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완전 정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근로자가 1천명이 넘는 기업도 주5일 근무제를 전사업장에 확대 적용할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납기일을 제대로 맞출 수 없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Y사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57)은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 임금이 14% 가량 오르는데 이를 메울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며 "주5일근무제와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면서 근로자들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주5일족'과 '주6일족' 사이의 심리적인 괴리감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2011년에 이르러서야 주5일근무제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