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보살은 염주알들을 바닥에 팽개친 뒤 주지 스님에게 손을 대지 말고 주워 담으라고 말한다.

로또복권 당첨권을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이 일어났을 때 주지 스님이 당첨권을 갈기갈기 찢어 공중에 버리자 사람들은 싸움을 중단하고 이를 한 조각씩 주워 꿰맞춘다.

나눔과 합심을 상징하는 이들 장면은 육상효 감독의 코미디영화 '달마야 서울가자'의 주제가 된다.

코믹한 상황 속에 심오한 불교 교리를 녹여 유쾌한 웃음을 준다는 것이 작품의 제작 의도다.

전편 '달마야 놀자'가 건달들의 사찰 침입기였다면 속편격인 이 작품은 스님들이 서울에서 겪는 봉변기라고 할 수 있다.

사찰이 빚으로 건설회사에 차압당할 위기에 놓이자 스님들이 건달 출신의 건설회사 직원들과 싸움을 벌이는 것이 영화의 내용.

웃음은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전복시킨 데서 생겨난다.

건달들은 절제되고 합법적인 행동을 취하는 반면 스님들은 사찰을 되찾기 위해 계율을 어기고 불법적인 행동을 감행한다.

또 건달들이 첨단 빌딩 신축에 대한 비전과 분양권 등을 논의하는 동안 스님들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타이거 우즈''골프' 등을 이야기한다.

배우 이문식은 '묵언수행' 중인 스님 역을 맡아 말 대신 행동으로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준다.

로또복권에 당첨된 후 흥분에 들떠 보디랭귀지로 'LOTTO'를 표현하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다.

스님들이 노래방과 룸살롱에서 건달들과 노래 및 술 실력을 겨루는 모습도 기존 이미지를 뒤집었다.

하지만 일부 장면의 비약은 눈에 거슬린다.

이문식이 시주함을 훔치기 위해 빌딩 창문으로 잠입하다가 떨어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9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