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서울시 대중교통체계가 시작된 1일 시민들은사전 홍보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느 버스를 타야 되느냐"며 혼란스러워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날 새벽 지하철과 버스의 교통카드 시스템이 작동하지않으면서 시민들은 첫날부터 짜증스러운 출근길에 발을 동동 굴렀다.

바뀐 노선과 배차시간에 혼란스러워진 시민들이 버스를 포기하는 바람에 때아닌택시잡기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갈아타는 불편..지각사태 속출 = 시민들은 "버스중앙차로제 때문에 버스 속도는 증가했지만 갈아타야 하는 구간이 많아지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결과적으로 출근시간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났다"며 출근길을 재촉했다.

반포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회사원 정선국(30)씨는 "어제까지 아침 8시쯤에30번 버스를 타면 15분 걸려 여의도 직장에 도착했는데 안내책자를 보고 오늘 아침320번 버스를 탔더니 버스가 빙빙 돌아가 40분이 걸려 지각을 했다"고 투덜거렸다.

성북2동에서 시청으로 출근하는 박창진(47)씨는 "예전엔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오늘부터 한성대 입구에서 갈아타야 된다"며 "버스는 빨라진 것 같은데 건널목을 건너는 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15~20분정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중앙전용차로에서는 버스가 빨리 달렸지만 전용차선이 없어지는 구간에서는 병목현상이 일어나 승객들의 불만을 샀다.

상암동에서 연세대 앞까지 출근했다는 한 시민은 "평소에는 10분 정도 걸리던것이 사천고가에서 버스중앙차로가 끊어졌다가 차로를 바꿔 이어지면서 50분이 넘게걸렸다"며 "버스중앙차로를 고가도로에도 만들던지 고가도로를 없애던지 해야되는것 아니냐"고 말했다.

◆버스는 텅텅..정류장은 북적 = 1일 오전 8시 버스중앙차로제가 시작된 성산로성산회관 앞. 버스는 전용차선으로 텅 빈 채 속도를 내며 달렸지만 정류장에는 수십명의 승객이 모여 버스만 멍하니 바라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정류장의 시민들은 버스 노선도 앞에서 노선을 몇번이고 살펴보고 시청과 구청에서 나온 홍보요원에게 노선을 물어보기도 했지만 애가 탄 시민들은 결국 버스를포기하고 택시를 잡아타기 바빴다.

실제로 승객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노선을 분석해 노선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무시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종로구 효자동에서 강서구 염창동까지 출근한다는 김정옥(35)씨는 "그동안 타던버스가 없어져 다른 버스를 타야되는데 안내책자를 보고 나왔지만 실제와 너무 다르다"며 "홍보요원들도 `모른다'는 대답 뿐이고 버스운전사도 바뀐 노선을 잘 알지 못해 답답하다"고 짜증을 냈다.

회사원 이은정(29)씨는 "녹색버스는 승객을 가득싣고 일반도로를 달리는가 하면파란버스는 텅텅 빈채 전용차선을 달렸다"며 "버스 승객의 동선을 세밀하게 살펴 배차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짜증'이라는 네티즌은 "매일 타던 760번 버스는 사람이 꽉차서 다녔는데 오늘부터 운행하는 642번 버스는 텅텅 비었다"며 "평소 25분 정도 걸리던 것이 1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누가 버스를 타려고 하겠는가"라고 불평했다.

시민들은 같은 번호 버스는 연달아 지나가는데 정작 자신이 타려는 버스는 오지않는다며 배차 간격에 문제를 지적하는가 하면 정류장이 도로 한가운데 있다보니 매연과 소음때문에 조금만 서있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준비부족이 시민 발목잡아 = 새로운 교통체계 첫날부터 지하철 요금 인식기가고장난 데다 노선이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시민들은 바쁜 출근길에 짜증부터 냈다.

깨알같이 적힌 정류장의 노선도앞에 수십명이 모여 노선을 확인하려고 북새통을이뤘는가 하면 버스 정류장마다 배치된 홍보요원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모르면 택시 타고 가라"는 대답만 듣고 화를 내며 돌아섰다.

대방동에서 서울역으로 버스를 타고 다니는 회사원 김오성씨는 "어떤 버스는 텅텅 비어있고 어떤 버스는 콩나물 시루"라며 "배차 간격이 길어 30분 걸리던 출근시간이 1시간 넘게 걸려 요일제 스티커를 떼고 승용차로 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선안내 전화도 이날 아침 한꺼번에 문의가 몰리는 바람에 거의 불통이 됐다.

홍보요원 아르바이트생인 이모(24)씨는 "하루동안 구청에서 홍보 영상물을 본것이 교육의 전부였다"며 "내일까지 안내책자를 나눠주는 일을 하는데 홍보요원이라고 서 있는 나도 잘 몰라 창피하다"고 말했다.

◆`버스 샌드위치'에 낀 승용차 = 버스중앙차로가 시행된 구간에서는 승용차와택시의 지.정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버스중앙차로로 1차선을 내준데다 전용차로로 달릴 수 없는 지선버스(녹색버스)가 맨 끝 차선을 점령, 이들 버스 사이에 낀 승용차가 갇혀버리는 현상이 벌어졌기때문이다.

버스중앙차로가 시행된 강남대로 승용차들은 사거리마다 좌회전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량과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부 지선버스의 정차 때문에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택시기사 박경준(60)씨는 "지선버스가 3차선을 달리는 바람에 승용차는 버스에두개 차선을 내주고 1개 차선으로만 달려야 한다"며 "특히 지선버스와 중앙차로 버스의 정류장이 겹치는 곳에서는 병목현상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버스 전용차선 구간 혼잡 = 강남대로는 사거리마다 좌회전 차선으로 1차선을주는 곳, 2차선을 주는 곳이 달라 승용차 운전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버스중앙차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부 지선버스는 강남역 사거리에서 미처 좌회전 차선에 들어서지 못해 직진 차량과 뒤엉키면서 무리하게 좌회전을 시도하기도 했다.

U턴이 금지돼 반대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P턴을 한 뒤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논현역 사거리, 교보타워 사거리 인근에서 P턴을 하려했던 차량들은 P턴 도로상에 인근 상가에서 주차해 놓은 차들이 많아 곤란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P턴을 해 골목길에서 나와 좌회전 신호를 받고 반대방향으로 가려는 차들은 좌회전 차선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 애를 먹기도 했다.

양재 방향으로 가다 반대편인 한남대교 방향으로 가기 위해 교육개발원 입구 사거리 앞에서 P턴을 한 시민 김모(45)씨는 "P턴을 한 뒤 좌회전 차선으로 가려면 4개차로를 가로질러야 되는데 거리가 10여m도 안된다"고 불평을 터트렸다.

(서울=연합뉴스) 경찰팀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