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3월 이후 수출이 넉 달째 2백억달러대 실적을 올리고, 7개월 연속 30% 이상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고공 비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출산업의 성장잠재력을 담보할 자본재 수입은 수출 증가세에 크게 못미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고속 성장 가도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올 들어 6월 말까지 누적 수출과 수입(통관 기준)이 1천2백34억9천만달러, 1천79억8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8.6%, 25.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무역흑자는 1백55억1천만달러로 작년 연간 무역흑자(1백49억9천만달러)를 앞질렀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 활황에도 불구,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과 수출 확대의 밑천이 되는 기계류 등 자본재 수입은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 능력 부족이 멀지 않아 현실화돼 해외 수요를 눈앞에 두고도 수출 물량을 대지 못하는 사태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고갈되는 수출 잠재력

올 1ㆍ4분기와 2ㆍ4분기 수출 증가율은 각각 37.7%, 39.4%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같은 기간중 수입 증가율은 19.1%와 32.6%로 수출 증가율을 밑돌았다.

수입 구조에서도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 비중이 52.1%를 차지, 작년 상반기보다 2%포인트 높아진 반면 자본재(36.7%)와 소비재(10.3%)는 각각 0.7%포인트와 1.5%포인트 하락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수출 잠재력 확보의 토대가 되는 자본재 수입이 둔화하면 당장 내년 이후부터 수출 호조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중 제조업 생산능력 증가율은 5.2%로 생산 증가율 14.1%에 크게 못미치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설비투자 필요성을 반영하는 제조업 설비투자 조정압력지수(생산 증가율-생산능력 증가율)는 작년 12월(8.2%포인트)보다 악화된 8.9%포인트로 높아졌다.

◆ 통상공세 빌미 우려

수입 증가율 둔화는 무역수지(수출-수입) 흑자 규모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상반기중 무역흑자가 지난해 전체 실적을 웃돌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 무역흑자 목표액 2백억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산자부는 보고 있다.

이같은 무역흑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수입 급감 덕으로 흑자 규모가 컸던 지난 98년(3백90억달러)과 99년(2백39억달러)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치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하반기 들어 한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를 큰 폭으로 내고 있는 중국 등의 통상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상반기중 대(對)중국(홍콩 제외) 무역흑자 규모는 92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무역흑자(1백32억달러)의 70%에 달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