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중교통체계가 개편 첫날부터 삐걱거리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출근길 지하철.버스 요금을 정산하는 새 교통카드(티머니)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가 하면 바뀐 버스노선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직장인들의 지각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새 교통카드시스템 첫날부터 먹통

1일 오전 서울시내 3백92개 지하철역 가운데 1백40개 역에서 카드인식기가 고장났다.

또 일부 마을버스와 광역버스의 인식기도 작동되지 않았다. 새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스마트카드에서 각 지하철 역과 버스에 부착된 카드 단말기에 새로운 요금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이 때문에 시는 이날 오전 6시50분께부터 수도권 모든 역과 당초 요금을 받기로 했던 마을버스와 광역버스를 무료로 운행했다. 그러나 돈을 내고 탔던 일부 승객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지하철은 오후 1시께 대부분 복구됐으나 버스의 경우 오후 5시 정도에 복구가 완료됐다"며 "2일부터는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노선 몰라 시민들 우왕좌왕

이날 시내버스는 모두 무료로 운행됐지만 시민들은 바뀐 버스노선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했다. 버스를 기다리다 출근이 늦은 일부 시민들은 택시를 잡아 서둘러 직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서울 정릉에 사는 박모씨(30·여)는 "기존 5-1번 버스를 타면 신촌역까지 40분 만에 도착했는데 오늘(1일) 아침에는 7시30분에 바뀐 110번 버스를 타고 9시가 넘어서야 회사에 도착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모씨(37)는 "142-1번이 0212번으로 바뀌었는데 평소 10분이면 오던 버스가 30분이 넘어도 오지 않았다"며 "노선이 길어졌는데도 증차를 하지 않아 배차간격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선안내 전화도 이날 하루종일 문의가 몰려 통화가 되지 않았다. 또 정류장마다 배치된 안내도우미와 버스기사도 바뀐 노선을 몰라 혼란을 가중시켰다. 아울러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에게 버스 배차 간격 등을 알려주는 버스종합운영시스템(BMS)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버스는 빨라지고 승용차는 느려져

중앙전용차로를 이용하는 파랑버스(간선버스)의 경우 운행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지만 중앙차로 이외의 차선을 이용하는 승용차들은 차선이 평소보다 줄면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차로수가 줄어든 도봉·미아로의 일반차로에서는 하루종일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등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또 수색·성산로의 경우 중앙버스전용차로가 고가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끊겼다가 차로를 바꿔 이어지면서 고가에서 내려오는 차들과 중앙차로로 진입하려는 버스가 뒤엉키는 바람에 차량들이 5∼10㎞로 서행하는 등 심한 병목현상을 빚기도 했다.

시는 이날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한 버스들이 평소보다 운행 시간을 15∼20분 정도 단축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9시 출근길 버스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면서 시속 40∼50㎞를 유지한 반면 나머지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시속 20km로 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