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투명한 경영을 펼치자.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자."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을 이끌 허창수 ㈜GS홀딩스 회장 겸 LG건설 회장(56)은 GS그룹의 경영방침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구씨와의 57년간 LG그룹 동업을 마무리한 허 회장은 GS그룹 임원들에게 "조직을 바르고 투명하게 가져가야 한다"며 "GS홀딩스뿐 아니라 자회사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씨 가문과의 LG그룹 동업시절 '허씨는 안사람 역할을 해야한다'는 창업주들의 불문율을 지키며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해온 허창수 회장.그는 이제 GS그룹의 수장으로서 보다 과감하고 집중력 있는 경영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허 회장은 고 구인회 LG 창업회장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고 허만정씨의 손자로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GS홀딩스 서경석 사장은 "허 회장께서는 '대형 투자나 사업방향 등 큰 줄기는 직접 챙기고 나머지는 믿고 맡길테니 알아서 바르게 해달라'라는 말을 자주했다"며 "무엇보다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 회장과 경남고 동기동창인 김동헌 LG건설 부사장은 "이제는 GS그룹의 수장이 된 만큼 과거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자회사들을 다그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슈가 터지면 해결할 때까지 달라붙는 집중력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창수 회장은 '사람 관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90년대초 LG화학 부사장이었던 허 회장과 함께 일했던 김정만 LG산전 사장(당시 LG화학 이사)은 허 회장에 대해 "인간미가 물씬 넘칠 뿐 아니라 과묵하고 일을 아래에 맡기는 스타일이지만 매우 날카로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허 회장은 지난 2002년 작고한 부친인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을 쏙 빼닮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훤칠한 용모에 깔끔한 매너도 그렇지만 재무 영업 등 안살림을 오랫동안 맡아서인지 빈틈없는 경영스타일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중요 사안에 대해서만 큰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는 '선이 굵은 경영자'이면서도 경영에 중요한 정보를 얻으면 즉시 실무자를 불러 알려줄 정도로 매사에 철두철미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 마디로 온화한 성품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영자라는 얘기다.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MBA)를 졸업하고 지난 77년 LG그룹 기조실에 입사한 뒤 LG상사 LG화학 LG산전 LG전선 등 LG그룹내 계열사들을 두루 거치며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LG상사 재직시절 홍콩 도쿄 등지에서 오랜기간 근무해 영어 일어에 능통하며 탁월한 국제감각을 갖췄다.

지난 95년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퇴임에 맞춰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선 회장으로 선임된 뒤 지난 2002년부터 LG건설 회장을 맡아왔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아침형 경영자'로 전날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 정리하고 난 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조깅 및 등산 등을 좋아한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