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뉴욕채널이 향후 중요한 외교현안협의 통로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사상 두 번째로 개최된 남북 외교장관회담에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은 기존 뉴욕채널을 활성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뉴욕채널은 지난 2000년 7월 이정빈(李廷彬) 외교장관과 백 외상간의 첫 남북외교장관 이후 조성돼 한 때 남북간의 외교채널로서 활용됐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반 장관은 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대통령, 장관, 국장급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대화채널을 갖고 있으나 남북간에는 이러한 의미있는 대화채널이 없으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외교채널 상설화에 대한 의지를 비쳤다.

이에 백 외무상은 "(북남간에) 경제와 문화 등의 대화채널은 없다"며 이와 관련해 "뉴욕에 채널이 있고 이를 중요한 문제를 협의하는 통로로 만드는 게 좋겠다는생각"이라고 답했다.

백 외무상은 그러나 "전체적인 대화채널을 말한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민족공조를 위해서는 고무적"이라고 말해 현재로선 별도의 외교채널 상설화의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담은 반 장관이 먼저 20분을 지난 3차 6자회담의 결과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평가했으며 남북 외교공관간의 접촉과 협력 활성화, 남북 외교장관간 회담정례화 문제 등을 주로 거론했다.

이어 백 외무상이 25분간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반 장관은 "지난 3차 회담을 계기로 6자회담이 실질적 협상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며 "북핵문제가 빨리 투명하게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HEU(고농축우라늄) 문제도 진전이 있어야 하며 북측에 정치적 결단력을 갖고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핵문제가 해결되면 포괄적인 대북 지원 용의를 표명한 바 있으며 일본도 동참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백 외무상은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 억지력을 가지게 돼 있다.

이는 미군의 선제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미군에 대한 정당방위조치"라며 "그럼에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 외무상은 이어 "HEU 핵프로그램은 없다"고 강조하고, "미국이 근거 자료를 요구하면 금창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분명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백 외무상은 "남한측이 6자회담에서 (우리측과) 협력하기 위한 여지에 대해 평가한다"고 언급했으며, 지난 3차회담에서의 미국 안(案)과 관련, "미국이 `말 대 말'`행동 대 행동' 원칙에 동의하고 `동결 대 보상'에 유의한다는 것에 평가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백 외무상은 또 핵 동결 대상과 관련, "핵무기 계획과 관련된 모든 시설과 그시설을 통해 만든 물질은 모두 동결 대상"이라고 확인하고, "특히 앞으로 핵무기를 만들지 이전하지도 시험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백 외상은 특히 핵폐기 기간에 대해 "`동결 대 보상' 조치가 빠를수록 핵폐기 기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 장관이 "개성공단 사업과 장성급 회담 등에 대해 국제사회가 평가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백 외무상은 "최근 남북관계가 진전을 이룬 것은 민족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특히 룡천폭발 사고와 관련, 백 외무상은 "이번 기회를 통해 남측 동포들이 동포애적 차원에서 협조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반 장관은 "이번 ARF를 계기로 외무장관회담을 정례화하고 상대방이 주최하는 국제회의에 참가하자고 제안했으며 "특히 한국의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이사국, 오는 2007∼2008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과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 북한이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장관은 이날 `남북관계발전을 위해 국제연합,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 국제무대에서 계속 상호 협력해 가기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백 외무상은 남북회담 직후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회담을 갖고 주한미군 탈영병 출신 찰스 젠킨슨(64)씨 가족을 인도네시아에서 상봉시키기로 하기로 합의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인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