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골프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 첫날 무명의 아마추어 선수가 단독선두에 나서는 파란을일으켰다.

주인공은 미국 플로리다주 세미뇰에서 살고 있는 올해 18세의 브리타니 린시컴. 린시컴은 2일(한국시간) 언더파 스코어를 좀체 허용하지 않는 난코스 오처즈골프장(파71.6천437야드)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6타의 맹타를 뿜어내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따돌리고 1라운드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 9개홀에서 2개의 버디를 골라냈지만 보기 2개를 보태 힘겹게 이븐파를 유지하던 린시컴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0번, 11번홀 연속 버디를 때리며 순위표에 빨간색 스코어를 그리면서부터였다.

단숨에 공동선두로 나선 린시컴이 단순한 이목끌기를 뛰어넘어 대회 관계자와팬들을 놀라게 한 것은 15번홀(파4). 120야드를 남기고 7번 아이언으로 친 두번째샷이 그린 앞쪽에 떨어지더니 컵 안으로 사라지면서 환상의 이글샷이 됐다.

린시컴은 캐디를 맡고 있는 아버지와 포옹을 한 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고그린에 올라와서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더구나 린시컴의 어머니도 딸과 함께 눈물을 짜내는 장면에서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짓는 갤러리도 있었다.

나중에 왜 울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나 놀라웠다"고 짤막하게 대답한 린시컴은 "내가 이런 스코어를 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로 고교 과정을 최근 마쳤다는 린시컴은 이번 대회에출전한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거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철저한 무명. 린시컴은 10살 때부터 골프를 쳤지만 위성미(15.미셸 위)가 준우승을 차지했던US여자아마추어퍼블릭챔피언십에서는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고 US여자오픈도 이번이 첫 출전이다.

아버지가 구해준 집 근처 파3홀 골프장 회원권으로 골프를 시작한 린시컴은 주니어대회에서 미국 국가대표 폴라 크리머와 우승을 다투는 유망주였고 작년 주니어솔하임컵 대표로도 선발됐지만 크리머, 위성미, 제인 박(17), 박인비(16) 등 다른 10대 선수에 비하면 이름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날 린시컴은 페어웨이 안착률 71%, 그린 적중률 72%,그리고 홀당 퍼트개수 1.44개로 세계 최정상급 프로 선수들도 부럽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 대회를 마치고 프로로 전향할 예정이라는 린시컴은 "내 경기 방식은 모 아니면 도"라며 "두차례 연습 라운드 때 15번홀에서 티샷을 5번 우드로 했는데 오늘은드라이버를 잡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컷통과가 목표였는데 이젠 우승컵을 노리겠다"고 기염을 토한 린시컴은 "이런스코어는 상상도 못했다.
1언더파 정도 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