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고 삶의 지표가 되는 두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우리 아파트 단지의 '세차 아저씨',다른 한 분은 우리 회사의 '야쿠르트 아줌마'입니다.'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산문집 '맛있는 인생'(박성희 지음,디오네)의 첫 문장이다.

아무리 늦은 시간에도 기다렸다가 세차를 해주고 자정을 넘길 땐 다음날 새벽 어김없이 나타나는 아저씨.안 해도 되는 일요일까지 비나 눈이 오면 일부러 차를 닦아주러 오는 고객 감동의 주인공.어느날 아침 '부친상을 당해 3일동안 세차가 어려우니 양해 바란다'는 쪽지를 남겨놓고도 자녀들을 시켜 이틀간 세차를 해준 '기막힌' 정성….책장을 넘길 때마다 오래된 나이테처럼 둥글게 증폭되는 이야기들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리델 와인잔 이야기와 수입 원단을 사용하지 않는 앙드레 김의 디자인 철학,실명의 아픔을 딛고 백악관의 장애인 정책보좌관이 된 강영우 박사의 일화도 알싸하게 와닿는다.

자동차 사고 덕분에(?) 일산에서 서울역까지 열차로 통근하면서 아름다운 창 밖 풍경과 햇빛에 반짝이는 논물의 황홀함을 발견하고 애니골 식당에서 집까지 '기찻길 가족 산책'을 즐기는 모습은 또 어떤가.

똑같은 일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플러스 발상법'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저널리스트답게 부드럽고 깊이 있는 와인 맛과 함께 따끔하게 톡 쏘는 겨자맛도 선사한다.

자동차 회사의 설익은 애프터서비스를 지적하고 함부로 던지는 반말투 전화 매너도 꼬집는다.

서울 시청앞 룸살롱 판촉 여성과 일산 주엽역 사과장수 아주머니의 시식 마케팅을 대비시킨 글에서 그는 독자들의 마음까지 추스려준다.

'다시 살아봐야지,무슨 일이고 할 거면 쭈뼛거리거나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말고,있는 힘껏 눈치보지 말고 열심히 해야지.'

소제목 하나에 5~6쪽의 분량이라 휴가나 여행 때 읽기 편하고 디자인이 예뻐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2백64쪽,8천8백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