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이냐 외국인이냐.

개인투자자와 외국인들이 5월 중순 이후 선물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백병전을 펼치고 있다.

6월23일까지 1차전은 일단 개인 투자자들이 승기를 잡으며,현물시장까지 쥐락펴락했다.

이후 외국인이 30일까지 대반격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넘겨 받는 양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이달들어서는 또 다시 양상이 바뀌는 분위기다.

개인들이 전열을 재정비,무서운 응집력을 되살리며 3차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달 넘게 시장을 장악한 큰손들

지난 5월14일.큰손들이 선물시장에서 8천1백5계약을 대량 매도하며 진군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 포진하고 있는 선물전문 사설투자펀드를 비롯 많은 왕개미들이 응집했다.

워낙 갑작스런 대규모 매도공세라 평균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는 곧장 -0.83으로 곤두박질쳤다.

베이시스가 이처럼 추락하면 고평가된 현물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을 사는 매도차익거래가 발생해 얼마 안가서 다시 플러스로 복원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후 베이시스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40여일이나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렀다.

개인들이 단합된 힘으로 매도공세를 펼치고 증권사도 틈새를 노리며 투기적 매도공세에 합류,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결과였다.

A증권의 한 선물딜러는 "당시는 장이 열리면 개인들의 선물매매 방향을 체크한 뒤 무조건 따라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물가격이 추락하자 매도포지션을 취했던 투기세력들은 큰 돈을 챙겼다"고 전했다.

◆외국인,이틀간의 대반격

여러 개의 계좌에서 동시에 같은 주문을 밀물처럼 쏟아내는 등 개인들이 집단적인 힘을 과시하자 외국인들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특히 9월 선물이 상장된 6월11일 이후 개인들의 공세는 더 거세졌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D데이는 6월24일.하루 동안 8천9백43계약을 대량 순매수한 외국인은 다음날도 2천2백60계약을 사 이틀만에 1만1천여계약을 매수했다.

개인들의 매도공세로 94∼98의 박스권에 머물던 선물가격이 이틀 동안 차례로 5일선과 20일선을 돌파하며 100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의 매수가 너무 전격적으로 이뤄져 개인들은 미처 손쓸 틈이 없었다.

선물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막강한 파워가 되살아나면서 세칭 목포 세발낙지 등 이름깨나 날리던 많은 고수들이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3차전 돌입하나

외국인의 우위로 일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주도권 경쟁이 이달 들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은 1일 끈질긴 선물매도로 프로그램매도를 유발한데 이어 2일에도 1천5계약을 순매도,개장 30초만에 베이시스를 보합권에서 -0.25까지 밀어내렸다.

3차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인이라고 보기 힘든 투기세력과 외국인들이 혈전을 벌이는 동안 현물(주식)시장이 선물에 휘둘리며 요동을 쳤다"는 것이다(우리증권 신성호 상무).고려대 박경서 교수는 "최근 선물과 현물을 연계해 시세를 조작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영국에서처럼 감독당국이 시세조종에 가담하는 개인에게 벌금을 물리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