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재계가 2일 한·미 재계회의에서 '상호투자협정(BIT)의 연내 타결'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체결'에 공동 노력키로 합의함에 따라 양국간 경제협력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회의 참석자들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하며 "규제행정 서비스를 꼭 개선할 것이고 한국 정부의 노력을 믿고 투자해달라"며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폐지를 언급,양국간 BIT 연내 타결은 물론 FTA 협상도 조기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미국측 기업인들이 강조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정부가 어떻게 조성해갈지에 모아지고 있다.

한·미 재계회의 미국측 위원장인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은 BIT 체결을 위한 마지막 걸림돌로 스크린쿼터제를 지목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 위원장인 조석래 효성 회장은 "미국이 BIT를 처음 제안했을 때와 달리 국산영화의 극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등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영화만 중요한 산업이 아닌 만큼 정부가 한가지 산업만 보호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BIT뿐 아니라 FTA로 인한 이점에 대해서도 만족할 만한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며 "양국이 빨리 움직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인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금융·경제센터와 외자유치에 대한 조언도 쏟아냈다.

그린버그 회장은 "자본은 환영받는 곳으로 간다"며 "불필요한 파업과 과도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투자처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동북아 허브가 되려면 싱가포르,홍콩과 경쟁해야 할텐데 싱가포르와 홍콩은 한국에 비해 훨씬 기업하기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손님이 오면 장사를 시작하겠다는 식은 곤란하다"며 "우선 최고의 기업환경을 만들고 투자자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완화와 관련,그린버그 회장은 한국이 새로 도입한 증권 집단소송제가 미국에선 기업들에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가져왔고 '개혁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앞으로 단시간 내에 증권 집단소송제의 개혁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며 "미국의 이 같은 경험을 한국이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린버그 회장은 "주한미군 감축이 외국인 투자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는 수출이 강력하고 내수가 회복세에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견실하다"고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