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초입,남도는 비에 젖었다.

젖은 황토는 더욱 붉고 빗속에서 갯벌을 뒤져 조개며 짱뚱어를 잡는 아낙네의 손길은 더욱 분주하다.

국토의 최남단에서 바다를 안고 있는 전남 강진.'남도 답사 1번지'로 꼽히는 이곳은 늘 풍요롭다.

갯벌과 바다에서 건져올린 해산물,황토에서 길러낸 푸성귀,남도의 손맛과 넉넉한 인심이 버무려진 밥상도 그렇거니와 다산초당,영랑생가,백련사와 무위사,고려청자 도요지 등 문화유산은 일일이 손에 꼽기가 벅차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고속철(KTX)을 타고 광주에 내려 강진에 도착하니 점심 무렵이다.

강진 읍내 식당에서 5천원짜리 백반을 시키니 반찬이 서른가지에 육박한다.

갯벌에서 갓 잡아올린 바지락회와 참게 게장,새끼전어로 담은 되미젓 등은 다른 데선 맛보기 어려운 진미다.

남도 음식으로 포식한 뒤 고려청자 도요지를 찾아나선다.

예로부터 강진은 청자의 보고였다.

보물급 이상 청자의 80%가 강진요에서 나왔고 전국에서 발견된 4백여곳의 고려 가마터 중 1백88곳이 강진 대구면 일대에 집중돼 있다.

사적 제68호로 지정된 대구면 도요지에는 지난 1985년 문을 연 고려청자사업소가 전국 유일의 관요로서 고려청자를 재현해내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2백22명의 도공은 공무원 신분이며 연간 1만5천여점의 청자를 생산하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8월6일까지 대구면 일대에서 열리는 제9회 강진청자문화제(061-430-3223)는 청자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다.

도공들의 작업 현장에서 청자를 직접 만들어 보고 청자특별전,명품전,공예전,남도문화 공연,고려시대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청자만 강진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대구면과 강진읍 사이에 있는 칠량면 옹기마을은 7백년 전부터 옹기를 만들어 황포돛배로 서울로 실어나르던 곳.

지금은 최근 전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정윤석(64.061-433-4943)씨가 홀로 전통 옹기 제작기법으로 옹기를 만들고 있다.

미리 연락하고 가면 옹기 빚는 과정을 보고 직접 빚어볼 수도 있다.

병영면에 있는 전라병영성지는 비교적 덜 알려진 강진의 명소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 호남 일대를 지키던 육군의 지휘부였던 이곳의 성벽이 그대로 남아있고 병영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또 하멜 등 네덜란드 선원 33명이 7년간 억류생활을 하며 빗살무늬같은 네덜란드식 담장을 남겨놓은 하멜체류지도 병영면에 있다.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3천여 점의 별별 민속.생활.역사자료들을 모아놓은 와보랑께박물관(061-432-1465)도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다.

월출산 자락의 강진다원과 해질 무렵 마량항은 풍경이 좋고,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길은 명상에 잠겨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강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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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서울에서 강진에 가려면 고속철을 타고 광주나 목포까지 가서 버스나 승용차로 갈아타면 된다.

광주에서 강진까지는 1시간30분,목포에서는 40분 걸린다.

자가용으로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가서 2번 국도로 타고 강진으로 가면 된다.

강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남도음식의 진미다.

암퇘지를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내는 백반 상차림은 한정식에 가깝다.

4인 기준 한 상에 2만원,1인분에 5천원.삼희회관(061-434-3533),설성식당(061-433-1282),부성회관(061-434-3816)등이 유명하다.

속풀이용으로는 짱뚱어탕이 제격이다.

강진읍내 동해식당(061-433-1180)에선 짱뚱어탕 6천원,짱뚱어전골 3만원.남도 음식의 진수를 맛보려면 청자골종가집(061-433-1100), 명동식당(434-2147)등에서 한정식을 먹어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