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플러스자산운용 과장의 첫 주식투자 결과는 '상한가'였다.

하지만 얼마 후 감자(減資)를 하는 종목에 투자해 반대매매를 당하기도 했다.

출발부터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것이다.

그는 좋은 직장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었던 것도 그 같은 시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고수'를 향한 오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 허공으로 사라진 결혼자금

일본 미쓰이물산 한국지점을 다니던 지난 1998년, 김 과장이 주식을 접하면서 처음 산 종목은 삼성증권이었다.

대세상승이 시작되던 무렵이라 그랬는지 신기하게도 곧장 상한가를 쳤다.

15% 수익률을 내고 즉시 팔았다.

자신감이 넘쳐 있던 그는 얼마 후 증권사 직원의 추천만 믿고 S제지로 옮겨 탔다.

하지만 그날 S제지는 감자 공시를 하고 바로 하한가로 떨어졌다.

"감자란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지요. 그것이 그렇게 큰 악재라는 것을 몰라 손절매할 생각도 못했죠."

미수까지 동원하며 '물타기'를 했지만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결국 반대매매를 당했다.

간신히 모은 결혼자금 1천만원을 모두 날리고 3천만원의 빚까지 졌다.

그가 주식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주식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어렵사리 5백만원을 다시 만들어 주식 매매를 재개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종목을 갈아타는 데이트레이딩이었다.

그는 날마다 매매일지를 작성했다.

수익이 난 종목과 손실이 난 종목을 구분, 특히 수익을 낸 회사를 집중 연구했다.

오늘날의 그를 있게 만든 귀중한 '버릇'이 그때 생긴 것이다.

◆ 수익률 대회를 휩쓸다

1년 가까이 매매 일지를 작성해 가면서 김 과장은 그만의 매매기법을 터득하게 된다.

'재료매매' '상한가매매' '하한가매매' '주포매매'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매매기법을 통해 그는 2000년 초 투자자금 5백만원을 불과 석 달 만에 2억원으로 불리는데 성공했다.

그는 주식 투자로 인생의 승부를 걸기로 결심했다.

가족과 친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업투자자의 길을 나선 것이다.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독립'을 한 이후 매달 많게는 수천%에서 적게는 수십%씩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2001년 3월부터는 증권사 수익률 대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6월까지 한양증권 SK증권 굿모닝신한증권(2차례) 한화증권 등 참여한 5개 대회에서 98∼5백80%의 수익률로 모두 우승을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 전업투자자에서 펀드매니저로

1년 전부터 그의 투자방법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한동안 즐겨 사용했던 상한가매매 하한가매매 등이 너무 많이 알려져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게 첫번째 이유다.

보다 큰 이유는 그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작년 2월 플러스자산운용에 애널리스트 겸 펀드매니저로 입사했다.

4∼5명으로 짜여진 펀드운용팀원으로서 그는 지금 정보기술(IT)주와 코스닥 종목 발굴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요즘 주로 동원하는 주식매매 기법은 '펀더멘털이 좋은 주식을 선별한 뒤 상승 모멘텀이 발견될 때 저가에 매수하는 방식'이다.

김 과장은 상장ㆍ등록기업 1천7백여개 종목중 1천개가량의 종목을 '매매대상 기업'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그는 1천개 종목이 각각 무슨 업종에 속하고 세부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최근 몇 년 동안의 실적 추이와 최고경영자(CEO)의 성향이 어떤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단말기에 1천개 종목을 다시 약 60개 정도의 업종별ㆍ테마별로 묶어 놓고 매일 증시를 관찰하며 상승모멘텀을 찾는다고 한다.

그가 전하는 상승모멘텀은 크게 4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실적 호전이다.

기업공시 증권사리포트 기업탐방 등을 통해 실적호전 예상기업을 선별해 실적발표 직전 선취매하는 것이다.

두번째 모멘텀은 외국인의 신규 매수세 등 '큰 매수세'가 들어올 때다.

셋째는 각종 '테마'가 형성될 때 길목을 지키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펀더멘털이 좋은 종목이 거래량을 수반하며 20일선을 돌파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작년 3∼4월께 NHN과 인터파크를 4만∼5만원과 1천6백∼2천원 가격대에서 매수, 1백∼2백%의 수익률을 남기고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고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꾸준한 주식 공부를 통해 '자신있게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종목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