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땅' 알래스카의 여름은 하얀 색이 아니다.


이 계절에 알래스카에 가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동토를 볼 것이라는 기대는 무참히 깨져 버린다.


대신 그곳엔 진녹색 자연이 기다리고 있다.


기온도 제법 여름답다.


낮최고 기온은 섭씨 22∼23도 정도.


백야의 계절이라 밤은 있는 둥 마는 둥 하다.


하루 20시간 이상이 환한 대낮이다.


여름 알래스카의 색은 유달리 아름답다.


어떤 인공의 색조로도 그 청정한 녹색과 에메랄드 빛 하늘을 흉내내긴 쉽지 않다.


한 계단 더 하늘에 다가간 느낌이다.


그러나 알래스카의 여름은 눈속에 묻혔던 대륙의 속살을 겨우 한달 남짓 살짝 보여주고는 이내 사라져 간다.


알래스카의 여름이 더욱 빛을 발하는 건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짧은 여름을 아쉬워 하듯 일제히 만개한 꽃들은 '거대한 땅'을 채색한다.


어디를 가든 길 양편엔 붉은색 화이어위드가 피어 있다.


밑둥부터 피어오르는 화이어위드의 꽃이 맨 꼭대기에서 다다를 때면 첫눈이 온단다.


그 기간은 불과 6주.


화이어위드는 6주라는 '마법의 시간'안에 모든 것을 보여주고 사라져야만 하는 신데렐라 같은 운명을 지녔다.


건물마다 걸려 있는 베고니아, 제라리움, 로벨리아 등 형형색색의 꽃바구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러시아로부터 에이커당 2센트 정도인 7백20만달러에 매입했다는 광활한 자원의 보고.


미국 본토의 5분의 1 크기, 10만개가 넘는 빙하와 3백만개의 호수, 3천여개의 강이 있는 땅.


미국의 49번째 주로 편입된 알래스카는 관광의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알래스카 여름여행의 백미는 빙하관광이다.


만년설이 층층이 쌓여 생겨난 에메랄드 빛 빙하가 바다로 무너져 내리는 장관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물개나 해달 등 야생동물과 마주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꾸로 누워서 가슴에 새끼를 올려놓고 헤엄치는 바다수달의 호기심 어린 얼굴은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는다.


빙하관광선은 앵커리지 동남쪽 1백㎞에 위치한 항구 휘티어에서 떠난다.


이곳에선 모든 주민들이 아파트 한 채에 모여 산다.


길이 40m의 유람선 클론다이크 익스프레스호는 선상 식사가 끝날 때쯤이면 칼리지 피요르드에 들어선다.


하버드, 예일 등 칼리지 피요르드의 26개의 빙하 각각에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이름이 붙어 있다.


산 정상에 있던 10여m 두께의 빙하는 이윽고 천둥 같은 굉음을 내며 바다로 무너져 내린다.


빙하는 그렇게 바다로 떨어져 빙산으로 변한다.


배 한 쪽에선 바다에서 방금 건진 빙산조각으로 '위스키 온 더 록스'를 만들어 맛보는 호사도 누린다.


수만년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얼어붙어 있던 태고의 세월이 술잔에서 녹는 순간이다.


알래스카의 또 다른 재미는 낚시.


알래스카 연안과 강은 여름이면 연어들로 가득 찬다.


알래스카의 연어는 그 크기 또한 놀랍다.


킹새먼 같은 종류는 무게가 30kg을 훌쩍 넘어간다.


알래스카 음식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는 초대형 광어 핼리벗은 낚시꾼에겐 거부할 수 없는 또 다른 유혹이다.


길이 1.5m, 무게 40~50kg에 달하는 물고기를 건지는 재미란….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앵커리지 북쪽으로 3시간 가량 차를 달리면 탈키트나에 도착한다.


아사베스칸 인디언 말로 '풍요의 땅'이란 의미를 지닌 탈키트나에선 경비행기가 떠난다.


발 아래로 펼쳐진 원시의 강과 호수를 지나 도달하는 곳은 북미의 지붕 매킨리(6천1백94m).


고상돈씨(1979년 사망)를 비롯한 무수한 산악인들이 영면한 곳이다.


준봉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북국의 햇빛을 반사하며 의연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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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앵커리지에는 유명한 식당들이 많다.


해산물 등 신선한 재료들이 풍부한 만큼 음식 맛도 좋다.


색스카페(www.sackscafe.com)는 미국 권위의 여행안내서인 프로머에서 '2002 알래스카 최고의 식당'으로 선정한 곳.


20여년전 문을 연 이래 냉동 재료를 한번도 쓰지 않았다고 알려진 식당이다.


오르소, 사이먼 앤 시포트, 브루하우스 등의 식당도 식사시간엔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스항공(02-777-7962)은 4박6일짜리 알래스카 상품을 8월말까지 3백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패키지상품에는 빙하관광과 매킨리봉 경비행기투어 등이 포함되며 낚시와 골프도 즐길 수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