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대접을 받아온 셋톱박스 관련주들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인들의 '사자'가 눈에 띄고 주가 상승시도도 활발하다.

시장 포화와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로 모멘텀을 상실했던 셋톱박스 관련주가 다시 관심권으로 떠오른 요인은 실적호전 기대감이다.

PVR(개인영상저장장치) 등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면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IT(정보기술)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산 저가 셋톱박스에 밀려 고전했으나 최근 제품고급화를 통해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며 토필드 휴맥스 홈캐스트 등을 주목 대상으로 꼽았다.

◆실적개선 모멘텀 회복

휴맥스는 최근 독일 방송사와 3천만달러 규모의 PVR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PVR를 대규모로 수출하는 계약을 맺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증권은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PVR 부문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라며 "휴맥스의 매출부진 우려도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ING파이낸셜증권도 최근 휴맥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보유'로 상향 조정했다.

1분기 실적발표 후 앞다퉈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던 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홈캐스트도 오랜만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교보증권은 "FTA(무료방송용 수신기)와 CI(카드 삽입형 수신기)부문 매출이 호조세"라며 "향후 DVB-T(지상파 디지털 방송용 셋톱박스)와 PVR가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위주로 제품을 만들어온 홈캐스트도 고급화 전략에 따라 자가브랜드 '홈캐스트'를 런칭했다.

셋톱박스 업체들의 제품고급화는 토필드가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토필드는 설립 초기부터 PVR 등 복합형 제품에 주력하면서 유통업체의 OEM 생산 압력을 거부하고 자가브랜드를 통해 유럽지역에서 고급제품이란 인식을 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휴맥스가 마케팅 중인 DVD 결합형 PVR와 CAS(수신제한장치) 내장형 셋톱박스,홈캐스트가 출시 계획 중인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담은 셋톱박스,한단정보통신이 개발 예정인 이미지 활용 셋톱박스 등도 고급형·다기능 고부가가치 제품들이다.

◆고급화로 주가 차별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실적모멘텀을 형성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홈캐스트 주가는 지난달 16일 이후 보름간 27.2% 상승했다.

지난 5월 내리막을 걸었던 휴맥스도 6월 초 2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지지선을 다지는 양상이다.

토필드는 탄탄한 주가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셋톱박스 업체들의 주가는 제품고급화 여부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토필드는 실적호전세가 당분간 이어지는 만큼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 중동 등에 탄탄한 판매망을 갖고 있고 기술력을 인정받는 휴맥스와 홈캐스트도 '턴어라운드'기대주로 꼽힌다.

SK증권 안홍익 연구원은 "PVR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은 떨어져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하다"며 "단기적으로는 2분기 실적이,장기적으로는 고급화 성공 여부가 주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