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이수호도 별수없나 ..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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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온건노선을 표방한 이수호씨가 민주노총위원장에 당선됐을 때 많은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제 세상이 달라지겠구나'하는 기대감의 박수였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전투적 노동운동에 식상한 국민들은 적어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주도하는 파국은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돌렸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생산차질에 가슴 조려온 재계는 '희망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조심스럽게 점쳤고 맹목적인 정치투쟁에 싫증을 느낀 현장 조합원들은 '투사'에서 '근로자'로 돌아가게 된 것을 자축했다.
대기업노조의 투쟁노선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이 위원장의 당선은 큰 위안거리였다.
이런 국민적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 위원장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대가 달라졌다.
예전과 같은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화와 교섭을 통한 합리적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산하 조합원들의 실익 없는 투쟁요구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켜봐 달라"는 토까지 달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니 "온건의 탈을 쓴 투사"니 하는 부정적 평가가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이 위원장의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후 그는 정말로 많은 정·재계 인사들을 찾아다녔고 주변에선 "노동계가 달라지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금실 법무,김대환 노동부 장관 등을 만나서는 구속노동자 석방,손배·가압류 남용방지,노동관계법·제도개선 등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로 전했고 '카운터파트'인 이수영 경총회장을 만나서는 합리적 노사관계 정착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가졌다.
그런데 정작 임·단협을 벌이는 노사현장은 바뀐 게 없다.
더하면 더했지 노사관계가 개선됐다는 어떠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하순 예전처럼 올해의 집중 투쟁계획을 발표했고 그후 노사현장은 노동계의 잇따른 파업에 또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노사분규 건수는 지난해보다 늘어났고 '선(先)투쟁 후(後)교섭' 현상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사 관계자들을 들뜨게 했던 '희망의 복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위원장의 약속은 노동자와 국민을 기만한 가면극이었나,아니면 산하 강경세력들을 장악하지 못한 리더십의 부재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대화와 투쟁의 차이를 못느낀 무감각 때문이었나.
아마도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내몫만 요구하며 정치투쟁에 골몰했지 국가경제 차원에서 노동운동을 펼친 적은 없다.
일자리가 없어지든,경제가 망하든 '나만 살고 보자'며 고율의 임금인상부터 요구하고 본다. 일자리와 임금(또는 근로시간)을 '빅딜'하는 독일이나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합리적 협상방식은 먼나라들의 이야기일뿐이다.
함께 살아보자는 상생의 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민주노총이 이라크 파병반대라는 정치적 이슈를 내세워 파업을 벌이는 것을 보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최우선 목표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사실이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출 이후 더욱 명백해졌다.
노동자가 대동단결해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커야 노동자도 잘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정치세력화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세계 노동현장은 급변하고 있다.
우리도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당초 약속대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 노동운동을 정착시켰으면 한다. 그것이 노동자들의 살길이다.
upyks@hankyung.com
'이제 세상이 달라지겠구나'하는 기대감의 박수였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전투적 노동운동에 식상한 국민들은 적어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주도하는 파국은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돌렸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생산차질에 가슴 조려온 재계는 '희망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조심스럽게 점쳤고 맹목적인 정치투쟁에 싫증을 느낀 현장 조합원들은 '투사'에서 '근로자'로 돌아가게 된 것을 자축했다.
대기업노조의 투쟁노선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이 위원장의 당선은 큰 위안거리였다.
이런 국민적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 위원장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대가 달라졌다.
예전과 같은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화와 교섭을 통한 합리적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산하 조합원들의 실익 없는 투쟁요구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켜봐 달라"는 토까지 달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니 "온건의 탈을 쓴 투사"니 하는 부정적 평가가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이 위원장의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후 그는 정말로 많은 정·재계 인사들을 찾아다녔고 주변에선 "노동계가 달라지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금실 법무,김대환 노동부 장관 등을 만나서는 구속노동자 석방,손배·가압류 남용방지,노동관계법·제도개선 등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로 전했고 '카운터파트'인 이수영 경총회장을 만나서는 합리적 노사관계 정착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가졌다.
그런데 정작 임·단협을 벌이는 노사현장은 바뀐 게 없다.
더하면 더했지 노사관계가 개선됐다는 어떠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하순 예전처럼 올해의 집중 투쟁계획을 발표했고 그후 노사현장은 노동계의 잇따른 파업에 또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노사분규 건수는 지난해보다 늘어났고 '선(先)투쟁 후(後)교섭' 현상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사 관계자들을 들뜨게 했던 '희망의 복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위원장의 약속은 노동자와 국민을 기만한 가면극이었나,아니면 산하 강경세력들을 장악하지 못한 리더십의 부재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대화와 투쟁의 차이를 못느낀 무감각 때문이었나.
아마도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내몫만 요구하며 정치투쟁에 골몰했지 국가경제 차원에서 노동운동을 펼친 적은 없다.
일자리가 없어지든,경제가 망하든 '나만 살고 보자'며 고율의 임금인상부터 요구하고 본다. 일자리와 임금(또는 근로시간)을 '빅딜'하는 독일이나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합리적 협상방식은 먼나라들의 이야기일뿐이다.
함께 살아보자는 상생의 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민주노총이 이라크 파병반대라는 정치적 이슈를 내세워 파업을 벌이는 것을 보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최우선 목표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사실이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출 이후 더욱 명백해졌다.
노동자가 대동단결해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커야 노동자도 잘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정치세력화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세계 노동현장은 급변하고 있다.
우리도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당초 약속대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 노동운동을 정착시켰으면 한다. 그것이 노동자들의 살길이다.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