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는 학대를 부른다. 상습적으로 폭행당한 아동은 성장한 뒤에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공포영화 "착신아리"는 극중 아동심리학 교수의 대사를 통해 주제를 암시한다.

기이한 상상력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갖고 있는 다카시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잔혹극과 심리극을 적절하게 배합해 공포와 전율을 극대화했다.

폭력성의 수위는 그의 전작 '오디션'과 '이치 더 킬러'의 중간쯤에 위치하지만 관객들을 걷잡을 수 없는 미로에 빠뜨린 뒤 막판에 건져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학대 경험을 다루는 아동심리학이 자리잡고 있다.

아동에 대한 가학자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를 비롯한 성인들이지만 드물게는 형제자매도 해당된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사례를 모두 끌어들였다.

어머니로부터 학대받았던 여주인공의 스토리가 주요 플롯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독점하는 사이 피학 아동의 언니가 가해자로 등장하는 보조 플롯이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특히 동생을 학대하는 언니의 피학 경험으로 '병고(病苦)'를 내세운 설정은 기발한 착상이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로는 드물게 피학과 가학의 주체로 병든 아동을 내세웠다.

공포의 매개체는 휴대폰이다.

죽음을 예고하는 전화가 걸려온 뒤 연쇄살인이 일어나는 것이다.

휴대폰은 소통의 도구에서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매개체로 변질됐다.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이 오히려 재앙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이는 국산 공포영화 '폰'과도 일맥상통한다.

'폰'에서는 대부분의 한국 공포영화들처럼 해원(解寃) 의식과 함께 공포도 소멸된다.

그러나 '착신아리'에선 해원 의식이 치러져도 죽음은 계속된다.

이승과 저승,산 자와 죽은 자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는 세계관이 나타나 있다.

망자는 자신과 동등한 입장,즉 저승으로 산 자를 데려가 원한을 풀고자 한다.

다케시 감독은 두려움을 유발하는 장치로 공포장면 외에 효과음을 재치있게 구사한다.

처음에는 통신불량 때 발생하는 잡음이 소름끼치도록 만들다가 나중에는 휴대폰 벨소리가 공포의 원인이 된다.

관객을 놀라게 하기 위해 상황과 관계없는 괴성을 삽입하는 방식보다 훨씬 세련됐다.

9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