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거리는 란도셀(초등학생이 등에 메는 가죽 가방)은 일본의 봄 풍경 중 하나다.

검소하기로 소문난 일본인들이지만,자녀 입학 기념으로 3만엔(30만원)짜리 란도셀을 사준다.

이 가방은 귀족들이 많이 다니는 학습원이 1885년 통학 가방으로 채택,첫선을 보였다.

란도셀 시장에서 45%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메이커가 세이반.이 회사는 매년 매출과 이익의 기록을 경신 중이다.

2003년 9월 결산에서 42억5천만엔의 매출과 3억3천만엔의 경상이익을 거뒀다.

올 9월 결산에서 매출은 9% 증가한 46억7천만엔,경상이익은 5억4천만엔으로 6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이반이 아동인구 감소와 경쟁 격화 속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룬 배경은 생산 효율을 높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신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즈미 마사요시 현 사장의 조부인 이즈미 가메키치씨는 1919년 란도셀 시장에 진출했다.

수작업으로는 제품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기계화 공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즈미 가메키치씨는 "가격을 내려도 품질이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철저하게 지켜 품질이 나쁜 제품은 태워버렸다.

란도셀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업체가 증가하자 세이반은 경량화로 승부를 걸었다.

2백여가지 부품별로 담당자를 배치,경량화 소재를 찾게 했다.

현재 가방무게는 6백40g까지 가벼워져,기네스북에 등재된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 80년대에 저가 나일론 제품의 공세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세이반은 일일 결산 시스템을 도입,생산량을 조절하고 인건비와 재고를 줄여 위기를 넘겼다.

특히 신경을 쓰는 부문은 재고 축소다.

연초부터 입학식이 있는 4월이 성수기이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 90년부터는 상품을 팔 때 설문엽서를 동봉,소비자 반응을 체크한 뒤 그 다음해 제품 생산에 반영하고 있다.

세이반은 매년 매출의 3%를 신제품 개발에 투입한다.

아동들의 학습량 증가로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점을 겨냥,'야광 란도셀'을 선보였다.

또 가방 색상도 다양화하는 등 매년 1백여종의 신상품을 내놓는다.

지난해 선보인 '천사의 날개'는 소비자 니즈를 세밀하게 관찰한 제품으로 대히트를 치고 있다.

무게 중심을 고려해 등판을 만들어 가방을 메면 뒤로 처지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연간 판매량이 46만개에 달해 전체 입학 아동이 1백2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3명 중 1명 이상이 구입한 셈이다.

이즈미 마사요시 사장은 "물건의 소중함을 알려준다는 생각에서 더욱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