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조용한 두려움일 수도 있다.

상하이 번화가의 네온사인이 꺼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 40년 동안 10년을 주기로 홍역을 치렀던 우리의 경험만 해도 그렇다.

시장경제란 한 번씩 거친 숨을 몰아쉰다.

'차이나 쇼크'는 그 자체로 논란거리다.

과장도 있고 은폐도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금융긴축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4월28일이었다.

서울 주가가 폭락했고 위기감은 시위를 당겼다.

철강 자동차 시멘트 부동산 전해알루미늄 등 5대 업종에 대한 신규 대출금지가 골자다.

5대 업종 외에 4대 부분에 대한 신규 대출도 통제되고 있다.

맹목적 투자, 저급한 확장투자, 국가산업 정책에 맞지 않는 투자, 시장진입 조건과 다른 투자가 규제대상이다.

역시 중국은 중국이다.

맹목적 투자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저급한 투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질문이 여기에 이르면 사태는 복잡해진다.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식인가?

그렇지는 않다.

4개 항목이 모두 구체적인 과녁을 겨냥하고 있다.

중앙의 방침은 분명했지만 현장의 흐름이 복잡다기했기 때문에 벌어진 시행착오를 잡겠다는 것이 목표다.

질주하는 사회에서 지침과 현실의 아귀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중앙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지난 91년 주룽지 총리가 '정리정돈'을 내놨을 때보다 사정은 복잡하다.

오늘의 주제는 긴축금융이다.

4월 말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5월엔 은행대출이 실제로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상업은행인 중국은행만 하더라도 대출잔액이 뚜렷이 줄어들었다.

5개 과열분야에 대한 대출은 46%나 감소했다.

이렇게 은행들은 이미 고개를 숙였다.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이 이미 0.5%포인트 상향조정됐고 대출금리 스프레드도 확대됐다.

연 5.31%의 프라임레이트는 신용도와 정부 규제 산업 여하에 따라 0.9%포인트까지 할인되기도 하고 1.70%포인트까지 할증도 된다.

"그러나 일부 은행은 할증률을 4%포인트까지 높여 적용하고 있다"고 경제일보(經濟日報)의 짠궈슈 부국장은 설명했다.

달러-위안화를 넘나드는 환투기성 자금거래도 타깃이다.

달러화 대출금리는 높아야 연 3%, 위안화 대출금리는 연 5.31%다.

여기서 곡예가 시작된다.

더구나 위안화 절상이 기대되는 상황이어서 누구나 자산은 위안화로, 부채는 달러로 운용한다.

달러 대출이 급증했고 동시에 위안화 환전도 늘었다.

은행들은 환전수수료를 짭짤하게 챙겼다.

하지만 그 결과는 통화증발에 경기 과열이었다.

중국에서 위안화 영업을 하는 한국계 은행은 우리 하나 산업 3곳밖에 없다.

이 가운데 대출자산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의 박영봉 상하이지점장은 "지난 6월28일부터는 외환 쿼터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당국은 은행들이 달러화 대출을 더 이상 늘리지 못하도록 5월까지의 평잔 규모로 달러 한도를 묶었다.

남중길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장은 오는 8월15일까지는 내년도 자산운용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새로운 의무가 부과됐다고 설명한다.

대출을 줄이라는 명시적 요구는 아니지만 당국이 건별로 계획서를 들여다 보겠다는데 무작정 대출을 늘릴 은행은 없다.

그렇게 본다면 금융긴축은 시장(금리인상)이 아니라 당국자의 책상 위(규제를 통해)에서 이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에서 '회표'라고 부르는, 은행보증부 어음할인도 한도가 20∼30% 줄었다.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제품의 속성상 대리점을 많이 깔아야 하는 기업일수록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쉬쉬하고 있다.

매출이 증가하는 동안은 부실도 쉽게 은폐된다.

일부 수출 제품은 중국측의 수입자 금융이 안돼 상하이항에서 곧바로 제3국으로 되실려 나갔다.

이는 분명 한국 기업의 사례다.

이런 일이 반복될 징후가 있다.

한국 본사에 현지사정을 꼼꼼히 챙기라는 권고를 주고싶을 따름이다.

어쩌면 중국 경제 전체가 비슷한 양상일 수도 있다.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 신규 투자가 기존 부실을 은폐하고 있을 뿐이라면 거품은 심각하다.

상당수 자동차 회사도 부실 가능성이 있다.

20만위안짜리 자동차에 15만위안의 할부금융이 나갔지만 신차 값이 급락하면서 기존 대출 대부분이 한도초과 상태다.

"자동차 할부금융 2백억달러 중 1백억달러가 부실"이라는 괴담도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레 말했다.

잘나간다는 전자도 상황은 나을 것이 없다.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동안, 다시 말해 자전거가 달리는 동안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물이 빠지면 몰골은 드러난다.

중국에서 만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차이나 쇼크가 한국에서 과장되게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의 기업가들은 이미 심각한 진퇴양난에 빠져 있음을 실토한다.

어떻든 모두가 조심스러워진 것은 분명하다.

중국 증권시장도 당혹해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증권업계 상위그룹인 화샤증권의 자오다지안 사장은 "금융긴축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증권시황이 부진해 직원들도 회사도 몇 개월째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주가는 올들어 반등다운 반등 없이 줄곧 밀려나고 있다.

역시 긴축은 고통을 수반한다.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