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이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2만달러 시대의 두가지 키워드"란 제목의 칼럼은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빌 게이츠라도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소프트웨어산업이 기로에 서 있다"면서 "2002년 월드컵 때처럼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썼다.

칼럼 내용을 요약한다.

우리나라의 발전 속도는 경이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하기까지의 두 가지 키워드는 제조업과 위험감수(risk taking)였다. 그러나 2만달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키워드가 요구된다. 지식정보산업과 위험관리(risk management)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 이제 기존 제조업에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지식정보산업을 키워야 한다.

지식정보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3가지 인프라가 필요하다. 지식정보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인식,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잘못된 환경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프라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선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개인은 물론 기업 관공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업체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구조도 문제다. 중소벤처기업이 시장장악력이나 가격결정권을 갖기 어렵고 성장의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대표이사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금융권의 대출관행은 경쟁력 없는 기업의 퇴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공공자금,이른바 '눈먼 돈'도 망할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한번 실패한 사람을 영원한 실패자로 낙인 찍는 사회 분위기도 실패한 기업가가 재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나치게 예산절감에 치우친 정부 정책도 문제다. 정부의 적절치 못한 평가 기준과 덤핑을 강요하는 관행 때문에 저가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국가 시책은 지식정보산업 육성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오히려 지식정보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지식정보산업의 3가지 인프라에 대한 개선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식정보산업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