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행정수도 이전 대상 지역을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공주ㆍ연기 지역으로 사실상 확정짓는 등 수도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야당과 서울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는 '속전속결 전략'으로 반대 여론을 정면 돌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둘러 신행정수도 1순위 후보지를 공표함으로써 '천도 논란'을 잠재우고, 수도 이전을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로 굳힌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수도 이전을 위한 거액의 예산 확보와 서울 및 수도권 경쟁력 유지 방안, 서울 경기 등 지자체들과 후보지에서 탈락한 지역 지자체들의 반발 등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여전히 불확실한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 '국민 합의 안거쳤다' 논란 여전

한나라당은 5일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결과 발표에 대해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라며 "행정수도 이전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국회 특위를 구성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고사하고 정부 내에서조차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ㆍ야 정치권과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국민대토론회와 국회 내 특위에서 논의해 보자는 주문이다.

반면 청와대와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선거 핵심 공약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제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작년에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24회에 걸쳐 세미나와 공청회를 열었고 여야 정치권이 작년 말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에 국민 합의 절차는 이미 끝났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 거액 예산 문제도 관건

정부는 2030년까지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전체 사업비가 45조6천억원이고 이중 재정자금으로 11조3천억원을 투입하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중 1백22억원을 확보, 신행정수도 이전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비용 등으로 쓰겠다는 방침까지 정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부산간 고속철도 사업과 새만금 방조제 사업 등 지금까지 추진됐던 국책사업들을 감안하면 신행정수도 건설비용은 훨씬 더 들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부고속철 사업은 정부가 처음 예상했던 액수보다 3.2배나 늘어났고 새만금 방조제 사업은 2.4배로 증가했다.

이태식 한양대 교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신행정수도 건설비용은 정부가 밝힌 투자액의 2∼3배에 해당하는 95조∼1백2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농업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농업 구조개선 비용과 주한 미군의 단계적 축소에 따른 자주국방비 확대, 공적자금 상환 등 산적한 예산 소요를 감안하면 신행정수도 이전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 지자체간 갈등도 변수

신행정수도 1순위 후보지가 결정됨에 따라 지자체들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수도권의 경쟁력 약화와 공동화를 우려해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충청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행정수도 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들이 이전투구식 싸움을 자제했으나 1순위 후보지가 확정됨에 따라 지자체간 이해득실이 크게 엇갈리면서 반발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