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 평가에서 1위에 오른 공주ㆍ연기지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후반 임시행정수도 후보지로 점찍었던 곳이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에 다시 행정수도와의 인연을 되살린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75년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과 날로 심각해지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5년간 연인원 3백91명이 참여한 끝에 79년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白紙)계획'이 완성됐다.

예산문제와 안보상 논란, 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으로 끝내 햇빛을 보지 못했지만 백지계획의 행정수도 규모는 현 정부 계획(2천3백만평)보다 약간 넓은 2천6백만평에 50만~1백만명의 인구를 수용토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백지계획에 명시된 임시행정수도의 최종 입지가 바로 충남 공주시 장기지구였다.

이번에 선정된 공주·연기지구가 충남 연기군에 치우쳐 있는 것과는 달리 당시에는 장기면 일대 위주로 계획된게 다른 점이다.

백지계획에 따르면 임시행정수도는 불사조가 날개를 편 모양으로 건설돼 청와대, 정부청사, 국회, 주거시설 등을 유치하는 구상이었다.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장기면이 두 차례에 걸쳐 행정수도 최종 입지로 낙점된 것과 관련해 일부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몇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공주ㆍ연기지구가 '서울의 축소판'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것.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으로, 북쪽으로는 차령산맥이 자리하고 뒤로는 국사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앞으로는 금강과 미호천이 흡사 한강처럼 동에서 서로 이 지역을 휘감아 흐른다는 설명이다.

또 전월산(2백60m)을 중심으로 얕은 구릉지대가 펼쳐져 있으며 평야도 넓어 생기(生氣)의 흐름이 원활하다는 것.

그러나 풍수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소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장기지구는 경합지였던 논산에 비해 풍수지리 측면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낙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됐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연기군의 경우 금강이 가로질러 흐르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다만 장기지구(장기면)는 과거 외세의 침입이나 간섭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주산인 국사봉(2백32m)이 손님격인 장군산(3백53m)보다 낮아 손님이 주인을 누르는 형국이어서 연기지구와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