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昶鎬 <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 >

지난 5일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모기지론 판매를 개시한지 1백일을 맞았다.

주택저당대출의 유동화를 통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출범한 주택금융공사는 그동안 1조3천억원이 넘는 모기지론을 판매했다.

이 가운데 5천5백억원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모기지론재원으로 공급했다.

이정도면 우리 국민들에겐 생소하기만 했던 모기지론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공사의 모기지론 출시를 계기로 우리 주택금융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공급자 중심이던 주택금융이 수요자 중심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은행들이 만기,금리,상환방식 등에 다양한 옵션을 부여한 주택담보대출을 앞다퉈 판매함으로써 소비자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모기지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인하경쟁으로 공사 모기지론 출시 이전보다 최고 1%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또한 금년 중 대규모로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주택담보대출이 장기 모기지론으로 전환돼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의 30% 정도가 기존 대출을 대환하는 데 사용됐고,은행자체 모기지론의 경우도 상당부분이 대환용이었다는 점을 보면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제도의 도입이 주택관련 대출의 장기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주택금융시장의 변화와 함께 모기지론을 기초 자산으로 MBS가 성공적으로 발행돼 자본시장 발전에도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인위적으로 단절시켜왔던 주택시장과 자본시장이 MBS라는 매개수단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됐다.

자본시장을 통한 서민 주택자금의 효율적 조달루트가 새롭게 구축된 셈이다.

이와 함께 장기이면서도 안정성이 높은 주택금융공사의 MBS가 공급됨에 따라 장기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은 보험과 연기금들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투자수단을 확보하게 됐다.

단기국채 위주의 단조로운 채권시장이 다양한 투자수단을 가진 선진형 시장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전기를 맞이했다.

채권시장에서의 적정가격 형성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지표채권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으며 앞으로 MBS를 활용한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이 출현해 금융시장이 한층 고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금융공사는 앞으로 MBS의 40% 이상을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로 발행해 투자자들의 장기채 수요에 부응해갈 계획이다.

모기지론제도가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

모기지론의 구조를 다양화해 수요자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시장성 높은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

고정금리 상품뿐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금리옵션을 가진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은행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판매채널도 보완해야 한다.

수신과 여신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은행이 판매망을 독점하게 되면 모기지론의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은행의 경우 유동성 제약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출채권의 유동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아 모기지론 판매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소지가 있다.

공사는 MBS가 안정적 투자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고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적정규모를 발행 공급함으로써 유통시장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MBS 발행을 정례화해 투자가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유동화자산의 표준화 및 일관성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아울러 MBS 가치평가와 투자의사 결정에 필요한 데이터 축적 및 공시를 통해 투명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택금융공사가 최적의 리스크 관리체제를 확립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래야 보다 낮은 금리로 MBS를 발행해 모기지론의 금리를 낮추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