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해외투자가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수단으로 '고배당'을 활용하고 있다.

주주들에게 인수제안을 거부하기 위한 설득수단 중 하나로 고배당이라는 인센티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해외펀드들의 일본 기업사냥이 본격화되면서 배당보다 이익유보에 익숙했던 일본 기업이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배당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업경험 없는 투자펀드에 피인수 반대"=일본 최대 기계유 생산업체인 요시로 화학산업은 지난달 29일 미국계 펀드인 스틸 파트너스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주주들에게 주당 1백92엔(약 1.77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총 지급액은 2천7백만달러로 이 회사 연간 수익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12월 지급된 8엔까지 합치면 주당 2백엔의 배당금이 지급된 것이다.

전 회계연도의 총 배당금 14엔에 비하면 무려 14배나 많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스틸 파트너스가 1억6천5백만달러에 91%의 회사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주당 2백엔의 배당금 지급을 약속하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요시로 화학산업의 요시다 다카쓰구 사장은 "주당 2백엔의 배당금이 과다할 수도 있으나 후회하지 않는다"며 "자본금 한푼 없고 우리 사업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는 펀드에 회사를 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스틸 파트너스의 또다른 타깃이 됐던 일본 직물업체 소토 역시 배당금을 당초 계획했던 13엔에서 2백엔으로 올렸다.

스틸 파트너스는 최근 몇달 동안 묘조식품,불독소스,엘리베이터회사인 산세이 유소키 등 기존에 투자한 일본 기업에 대한 지분을 높였다.

그러나 배당금을 15엔에서 1백엔으로 올린 덴류기계만은 예외였다.

노무라증권의 다카다 아키라 이사는 "돈을 벌어 쌓아두는 데 익숙했던 일본 기업들이 M&A 대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배당을 통한 이익분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적대적 M&A=일본 기업들은 전통적 기관투자가였던 은행과 보험사들이 수익증대와 투자위험 축소 등을 위해 출자지분을 줄이면서 점점 더 적대적 M&A에 노출되고 있다.

스틸 파트너스뿐 아니라 리플우드 홀딩스,세르베루스 파트너스 등 다른 해외 사모펀드들도 일본 자산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일본 기업을 사들이는 데 5천1백20억달러를 썼다.

전년 대비 15배나 증가한 금액이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은 일본 기업의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해외 투자펀드들에 매력적인 인수타깃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