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을 흔히 시간 압축이라고 부른다.

봉제 임가공에서 첨단 정보통신까지의 산업화 과정을 불과 30여년만에 순차적으로 통과했다.

중국은 시간의 축을 공간 위에 '동시적'으로 펼쳐놓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를 '병진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급기술과 첨단기술이 병존하기 때문에 긴축정책 역시 다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

사실 '긴축'이라는 말보다는 지난 91년 주룽지 전 총리가 썼던 '정리정돈'이라는 용어가 더욱 어울린다.

금리를 올리고 위안화를 절상하는 것에만 긴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중국의 긴축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긴축은 강력한 정치적 과정을 동반하면서 진행된다.

주 전 총리가 "1백개의 관(棺)을 준비한다. 99개는 부패사범을 위해, 1개는 나를 위해"라고 말했던 바로 그 노선이 중국식 긴축이다.

부패를 청소하고, 지방 할거주의를 제거하고, 환경오염 업체를 정리하며, 사회기강을 다잡고, 여기에 슬쩍 반(反)대륙 성향의 대만 기업 규제도 끼워넣고, 연안에 밀집한 저급 기업들은 내륙으로 밀어넣고(유도하고), 농민보호책을 강화해 정치적 가스를 빼고, 임금을 올려 저임구조를 개선하며, 법치주의를 강화해가는 일련의 집중적인 과정이 바로 긴축의 요체다.

그러니 금리인상이 있을 것인지, 위안화 절상이 있을 것인지를 목이 쉬도록 물어본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은 아니다.

그리고 이 격렬한 과정에서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작년 11월에 이미 긴축의 깃발이 올랐었다.

전국의 대형 공장과 사업장, 로비가 있는 빌딩, 농지에 건설 중인 빌딩들은 모두 중앙으로부터 '일단 중지'의 강력한 명령을 하달 받았다.

그리고 중앙의 감사반원들이 전국으로 달려나갔다.

이 과정을 징지르바오(經濟日報)의 짠궈슈 부국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철강 시멘트 등 4대 업종의 작년 성장률은 무려 80%에 달했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생산량의 3분의 1이 과잉이 된다. 투자 과정에 의문이 있는 많은 사업들은 모두 조사대상에 올랐다. 은행에도 검사팀이 파견됐다. 예를 들어 장쑤성 양저우시의 8백만t급 철강 공장은 농지를 10번이나 불법적으로 전용한 것이 적발돼 관련자들이 모두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중국은행의 개발구 담당 주임도 파면됐다."

그는 일부 지방에서는 당국의 조사를 거쳐 폭파 해체된 빌딩도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에서 굴착기를 팔고 있는 대우종합기계의 채규전 전무의 설명은 더욱 리얼하다.

"지금으로서는 올 스톱이라고 봐야 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공사가 '중지' 상태로 들어갔다."

공사가 중단됐으니 굴착기 판매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우는 지금 굴착기 대신 발전기를 불티나게 팔고 있다.

어떻든 중국의 긴축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상하이에서 구산을 지나 쑤저우→우시→난징으로 연결되는 창장(長江)변의 개발구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세제 등 각종 혜택을 받는 중국의 개발구는 국가급, 성급, 시급, 현급 등 모두 6천여개다.

정부가 이중 5천개를 폐쇄할 것이라는 풍문도 나돌고 있다.

그러니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은 난개발 투자와 그 관련자들은 모두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이들 중에는 한국의 모 대기업이 적지않은 돈을 쏟아부은 공장도 포함돼 있다는 루머다.

장쑤성의 이 공장은 지방정부가 내일모레면 내주겠다던 허가증을 7월이 됐는데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도를 위반한 지방정부와 제동을 걸고 있는 중앙정부가 맞서있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온다.

중앙에서 볼 때는 과열투자에 대한 질서잡기지만 지방에서 느끼는 것은 분명 급제동이다.

기자가 머물던 황푸강변 샹그릴라 호텔에 배달된 차이나 데일리 6월21일자는 '공해유발 혐의로 52개 공장이 일거에 폐쇄됐다'는 소식을 톱기사로 전하고 있었다.

부디 이 명단에 한국 기업이 포함되지 않았기를….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