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외환위기 이전의 6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이 총자산 70억원 이상(외부감사 대상)인 4천6백22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2003년 제조업 현금흐름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업체당 평균 유형자산 구입액은 72억3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전인 지난 94∼97년 평균치(1백15억7천만원)의 62.5% 수준이다.

또 유형자산 구입액에서 설비 매각 등 유형자산 처분액을 뺀 유형자산 순투자지출액은 60억5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44억1천만원)보다는 늘었지만 외환위기 전에 비해선 56.6%에 불과했다.

특히 감가상각 등을 감안한 실질적인 유형자산 증가액은 업체당 전년대비 2억9천만원(0.6%)에 그쳐 설비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제조업체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현금수입은 지난해 업체당 1백16억1천만원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했다.

또 유ㆍ무형 자산 등에 대한 투자액도 평균 86억4천만원으로 25.2% 증가했다.

현금수입액이 현금지출보다 많은 것은 그만큼 재무적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그러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수입액이 증가해 현금흐름이 개선된 업체가 47.5%인데 비해 악화된 업체는 52.6%에 달해 기업간 양극화 현상은 여전했다.

한편 기업들이 여유자금으로 현금배당을 늘려 지난해 기업 배당률(배당금÷자기자본)이 7.72%로 2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