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과학기술인 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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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생체실험이었다.
나치는 다하우수용소 등지에서 유태인과 포로들을 대상으로 고압·저온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일본은 '이시이(石井)부대'로 불린 특수부대가 한국인 중국인 러시아인 등 3천명을 대상으로 세균 및 약물실험을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일본 규슈(九州)대학의 생체해부사건 역시 전쟁 중에 일어났다.
종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정해진 '뉘른베르크강령(綱領)'은 이러한 인체실험을 행한 의사와 전범들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나왔는데 피실험자의 자발적인 동의여부와 실험을 위한 충분한 정보제공이 있었느냐가 형벌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 강령은 선언적일 뿐이어서 세계 각지에서는 의약품개발과 관련된 인체 임상실험이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마침내 세계의사회는 1964년 '헬싱키선언'으로 그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뉘른베르크강령과 같이 피실험자의 자유의사가 전제돼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윤리강령인 셈이다.
최근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난자를 이용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윤리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했다.
1980년 제정된 '과학기술인의 신조'가 있으나 생명윤리는 적시되지 않아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주도로 '과학기술인 헌장'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연구윤리와 책임·봉사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데 연말께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회의에서 나온 화두도 '자유에서 책임으로'였다.
과학연구의 자유 못지않게 법적 윤리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유네스코는 '생명윤리 보편규범에 대한 선언'을 준비하고 있으며,오는 2007년에는 과학자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과학자 행위강령'을 선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생명공학분야는 세계가 주시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인 헌장'이 제정되면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윤리 문제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나치는 다하우수용소 등지에서 유태인과 포로들을 대상으로 고압·저온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일본은 '이시이(石井)부대'로 불린 특수부대가 한국인 중국인 러시아인 등 3천명을 대상으로 세균 및 약물실험을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일본 규슈(九州)대학의 생체해부사건 역시 전쟁 중에 일어났다.
종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정해진 '뉘른베르크강령(綱領)'은 이러한 인체실험을 행한 의사와 전범들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나왔는데 피실험자의 자발적인 동의여부와 실험을 위한 충분한 정보제공이 있었느냐가 형벌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 강령은 선언적일 뿐이어서 세계 각지에서는 의약품개발과 관련된 인체 임상실험이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마침내 세계의사회는 1964년 '헬싱키선언'으로 그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뉘른베르크강령과 같이 피실험자의 자유의사가 전제돼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윤리강령인 셈이다.
최근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난자를 이용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윤리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했다.
1980년 제정된 '과학기술인의 신조'가 있으나 생명윤리는 적시되지 않아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주도로 '과학기술인 헌장'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연구윤리와 책임·봉사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데 연말께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회의에서 나온 화두도 '자유에서 책임으로'였다.
과학연구의 자유 못지않게 법적 윤리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유네스코는 '생명윤리 보편규범에 대한 선언'을 준비하고 있으며,오는 2007년에는 과학자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과학자 행위강령'을 선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생명공학분야는 세계가 주시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인 헌장'이 제정되면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윤리 문제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