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류대리점은 요즘 손님들로 넘쳐난다.


가전 대리점들은 요즘 극심한 내수침체로 그야말로 죽을 지경.


게다가 이 대리점은 주변에 변변한 상가 하나 없는 B급 상권에 위치해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리점에서는 오히려 매출이 최근 부쩍 늘어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신문에서는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 심한 불경기라고 하지만 저와는 상관 없는 얘기입니다."(최대현 오류대리점 대표)


오류대리점의 지난달 매출은 2억3천만원 수준.


3월까지만 해도 월 매출이 1억4천만∼1억5천만원에 불과했던 적자 점포가 대표적인 흑자 대리점으로 바뀐건 지난 4월 본사가 지정한 소프트웨어 혁신 모델 점포로 선정된 이후다.


삼성전자는 당시 30개 대리점을 선정,3개월간 회사 내 유통전문가들을 상주시켰다.


이들은 대리점에 '고객을 기분좋게 하는 응대방법'에서부터 '고객이 안사고는 못 배기도록 제품을 설명하는 방법'과 '고객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제품 디스플레이 방법' 등 매장 운영 노하우를 지도했다.


오류대리점이 우선 손을 댄 곳은 매장 디스플레이.삼성전자 제품과 타사의 인기제품을 그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의 MP3플레이어인 '옙' 진열대에 레인콤의 아이리버 제품을 함께 올려놓았다.


바로 옆 디지털카메라 진열대엔 삼성 제품과 올림푸스 제품을 나란히 놓았다.


"TV나 DVD플레이어를 사러온 고객에게 먼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를 묻습니다.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고객에게 '반지의 제왕'을 틀어주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집니다."(최 대표)


고객 응대방법도 완전히 바뀌었다.


손님이 오면 고개를 푹 숙이며 건넸던 "안녕하십니까"란 인사말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나오는 "어서오세요"로 대체됐다.


극존칭과 과장된 행동이 오히려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컨설팅 결과를 따른 것.


특히 3명 이상 떼를 지어 방문하는 고객이거나 비 오는 날 들른 손님에 대해선 각별히 신경을 쓴다.


이런 손님의 구매율이 40∼50%나 된다는 설명을 듣고부터다.


연령대별 응대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30∼40대는 대개 제품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춘 뒤 매장을 찾기 때문에 주로 손님의 얘기를 듣고,맞장구를 쳐주는데 치중하라는 것.


반면 50∼60대 손님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제품을 설명해야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도 터득했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매장 한켠에 마련된 컴퓨터 부스로 안내한 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직접 비교토록 하는 것도 컨설팅 결과에 따른 것이다.


물론 상당수 인터넷 쇼핑몰이 보다 싼 값에 팔지만 대리점의 신속한 서비스와 신뢰로 판매가격의 5%까지는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류대리점 등 30개 시범 점포의 2분기 매출이 1분기에 비해 27% 가량 높아진 데다 마진율도 향상됐다며,이곳에서 얻은 노하우 등을 표준화한 뒤 매뉴얼로 만들어 조만간 전국 5백개 대리점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