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모두가 함께 사는 생태공동체를 어떻게 가꾸는가 하는 겁니다. 전쟁을 일으키고 남을 죽이는 제국주의를 조장하는 기독교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겠습니까. 사찰에서도 산을 부수고 위압적인 건물을 짓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최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임시의회에서 내년 11월 은퇴하는 현 정철범 교구장 주교 후임으로 선출된 박경조(60) 신부는 "환경파수꾼"이다.

녹색연합 공동대표,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이사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교회 일치,통일운동과 함께 환경운동에 교구 운영의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함께 사는 대동(大同) 세상이 하느님 나라이며 그것을 만드는 게 종교의 목적이지요.

그런데 종교의 이름으로 남을 죽이고 파괴하는 걸 보면 암담해져요.

우리 일상생활도 너무 소비지향적입니다.

예전에 못살 땐 배불리 잘 먹는 게 꿈이었는데,그게 해결된 지금 우리는 행복합니까.

우울증,자살,가정파괴 등과 병고(病苦)만 더 늘었지 않습니까."

박 신부는 "사회의 주류가 고통받는 약자를 얼마나 배려하느냐가 건강성과 도덕성의 척도"라며 "약자의 고통에 둔감해지면 사회가 병든다"고 지적했다.

"폭력과 전쟁이 판을 치는 각박한 세상에서 전쟁 없는 평화세상을 만드는 것은 모든 종교의 사명입니다.

영성과 문화의 시대에 종교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맑은 물줄기처럼 돼야지요."

대학(고려대 경제학과) 때 성공회에 입회한 박 신부는 성공회대학교 전신인 성미가엘신학교를 졸업,지난 75년 사제가 됐다.

성북교회 서울주교좌성당 등 사목 현장과 서울교구 교무원장 등을 두루 거쳤고 70년대 이후 민주화와 인권운동에도 관여했다.

박 신부는 올 가을 주교에 서품된 뒤 내년 11월 교구장 주교로 승좌하게 된다.

올해로 선교 1백14주년을 맞은 한국성공회의 신자는 6만여명.선교 역사에 비해 교세 성장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박 신부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공회의 포용성이 향후 교회 일치와 성공회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