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정부가 7일 '중소기업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도 그런 위기감의 증거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강권석 행장은 "지금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장가능성이 큰 중소기업들도 많다"며 "이런 중소기업들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인은 PB(프라이빗뱅킹) 영업의 유망고객이기도 하다"며 "기업인들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연내에 투신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임혁 금융부장이 강 행장을 만나 최근의 중소기업 경영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서 다른 은행과의 차별성이 있다면.

"지난 3월 취임하면서 '비올 때 우산을 빼앗는 짓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지나치게 경기 순응적인 영업을 해왔다.

이런 영업방식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유동성 위기를 몰고 왔고 결국 은행권 전체의 부실로 연결됐다.

기업은행은 거꾸로 갈 것이다.

경기 확장기에는 다소 보수적인 여신정책으로 한계기업의 유입을 막고 경기침체기에는 적극적으로 우수기업을 발굴하겠다."

-경기침체기의 공격적인 대출은 은행을 부실화시키지 않겠는가.

"최근 3개월간 전국 40여개 중소기업을 방문하고 중소기업 사장 1백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 결과 지금이야말로 우량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중소기업대출에 주력해 오면서 신용평가시스템과 심사능력을 길러왔다.

따라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갖춘 상태다.

실제로 지난 6월말 현재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63%로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낮다."

-중소기업 현장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회사는.

"광주의 광동정밀이란 회사다.

이 회사는 공장의 레이아웃과 업무프로세스를 변경한 후 생산성을 10배 정도 높였다.

최근 기업들의 중국행이 심각한데 광동정밀처럼 경영혁신만 제대로 하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은 내수부진을 첫번째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 다음은 원자재 가격상승, 판매대금 회수부진, 자금조달 등이었다.

하지만 광동정밀처럼 꾸준히 경영혁신을 해나가면 이같은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지원 못지 않게 은행이익도 중요하지 않은가.

향후 은행 이익을 늘리기 위한 경영전략은.

"기업은행과 20년 이상 거래한 기업만도 5백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들 기업체의 사장들은 다른 은행의 PB를 이용한다.

이것은 기업은행이 잘못한 것이다.

기업영업만 중시하다 보니 우량한 개인고객들을 다른 은행에 뺏겼다.

따라서 앞으로 중소기업인을 위한 PB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자산운용이 중요하므로 연내에 자본금 3백억원 규모의 투신사를 프랑스 소시에떼제네랄 은행과 공동설립할 방침이다."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어떤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계기업을 판단할 때 재무상태 등 외형적인 기준으로만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한 기업이나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정확한 심사를 통해 구별해야 한다.

또 경영자의 전문성, 경영전략, 노사관계, 도덕성 등도 파악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는데 중소기업인을 위한 또 다른 프로그램은.

"앞으로는 중소기업인들의 경영활동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본점 1층 로비에 '비즈니스 센터'를 만든다.

중소기업 CEO들이 이곳에서 비즈니스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통역, 비서, 커뮤니케이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이 잘될 때 기업은행도 잘된다.

앞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경영컨설팅, 금융컨설팅, 경영정보제공, 전문분야 상담실 운영 등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

대담=임혁 금융부장ㆍ정리=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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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권석 행장 약력 >

△서울 출생(1950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행정고시(14회) 합격 후 재무부 기획관리실 근무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대통령 비서실
△뉴욕총영사관 재정경제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법규관
△금융감독원 부원장
△기업은행장(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