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에 관계없이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이 국내 학자가 참여한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이화여대 환경학과 강호정교수는 영국 웨일즈대 크리스 프리맨교수팀과 공동으로 북반구 하천에 녹아있는 화학물질(용존유기탄소:DOC)농도를 조사한 결과 이산화탄소 증가가 DOC 농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7일 밝혔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과학학술지 네이처 8일자에 게재됐다.

이 연구결과는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쿄토 의정서(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하는 국제협약)에 서명을 거부한 미국 부시 행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과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강 교수를 포함,습지전문가로 이뤄진 연구팀은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서 자라는 이탄 습지 식물을 추출해 실험한 결과 이 식물들이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DOC 형태로 뿌리를 통해 하천으로 내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천수에 녹아있는 용존유기탄소는 용존유기탄소는 그 자체로는 인체에 무해하나 상수 처리시 염소소독에 의해 발암물질의 일종인 트리할로메탄을 생성하고 또 미생물에 의해 CO2로 분해되면서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강교수는 "이탄 습지를 통과하는 하천의 DOC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2001년 영국학자들에 의해 이미 보고된 바 있으나 그때는 원인을 알지 못했었다"며 "이번 연구의 성과는 그 직접적인 원인이 이산화탄소 방출의 증가에 있다는 메카니즘을 밝혀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지구 온난화와의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수자원의 오염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춘호 기자.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