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은 한마디로 "근저원고(近低遠高)"다.

트리플악재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어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지만 연말로 갈수록 주가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형성돼 있다.

메가톤급 충격을 안겼던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긴축전환 그리고 고유가라는 트리플악재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국내주식의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약세가 이어지면서 종합주가지수 900과 700사이의 박스권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에 트리플악재에 대한 내성이 점차 생겨가고 있지만,불확실성이 가시기 전까지는 반등을 가져올 계기가 쉽사리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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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을 이끌던 IT(정보기술) 관련주의 하락,매수주체 실종 등으로 시장의 상승탄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일본과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시장에 영향을 미쳐 주가의 반등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시장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국제자금의 흐름이다.

작년말부터 올 4월까지 이어진 강세장은 달러화가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나타난 유동성 장세였다.

미국 정부의 달러약세 정책에 따라 달러를 가진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화폐로 바꾸기 위해 투자대상을 변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은 유동성 장세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 등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흥시장 내에서도 차별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다시 금융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가 현저히 줄어들고 소량이나마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도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고유가는 예측이 불가능한 장외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기가 연착륙한다면 긴축정책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되고 '차이나 쇼크'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연착륙에 실패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작년 국내 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48.8%나 증가했다.

중국 의존도가 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지속한다면 국내 기업의 이익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트리플 악재에 못지않게 내부 변수도 문제다.

바로 내수경기 침체다.

특히 내수가 회복되기도 전에 수출모멘텀이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수 침체의 장기화에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결국 경기회복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한국의 수출이 성장기조를 이어갈 수 있으리란 것을 시사한다.

또 국내 기업들이 최근 주주중시 경영에 눈을 뜨면서 고배당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도 시장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제자금 흐름의 변화와 이라크 사태로 인한 유가상승세, 그리고 중국의 경제정책기조 변화에 따른 국내 수출성장세 둔화가능성 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 하반기 주식시장은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부장은 그러나 급격한 주가 하락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의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싸다는 데 이유가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부분 국내 기업의 주가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저평가돼 있다.

실적은 대폭 호전됐지만 주가는 실적호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홍 부장은 "우리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는 주가가 싸다는 것"이라며 "지난 5월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팔고 나간 뒤 매도세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장기 펀드들이 한국 기업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따라서 주가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가 살아나거나 수출호조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 큰 폭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관과 개인의 시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