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계 대표주자들의 하반기 경기 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으로 나오고 있다.

상반기에는 총선과 탄핵정국 등 굵직한 사안들이 많아 경기가 반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호재는커녕 이 같은 가능성이나 분수령도 찾아볼 수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올해는 내수경기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04년 하반기 유통업 경기 전망'이 관심을 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들은 하반기에 8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1% 성장하고 할인점은 11조9천억원으로 17% 신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화점은 고유가 등 대내외 경제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상반기에 8조3천억원의 매출을 기록,3.6% 역신장세를 보였다.

백화점들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에 점포 리뉴얼을 통해 고품격 이미지를 강화하고 매출 증대로 연결짓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에어컨과 프로젝션TV 등이 더운 여름과 올림픽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연구소측은 "하반기에는 고용 확대에 따른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와 작년 하반기 부진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할인점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합리적 소비 행태가 정착되면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상반기 할인점은 10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13% 신장했다.

하반기에는 19개의 신규 점포가 문을 열 예정이어서 성장폭이 전년 대비 17%로 관측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이인균 마케팅실장은 "기존 점포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점포 매출도 포함시키기 때문에 17% 성장이 가능한 것"이라며 "기존 점포로만 보면 백화점은 마이너스 성장,할인점은 작년과 비슷한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더 나빠질 것도 더 좋아질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심리 회복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심리는 최근 들어 가계의 생활형편보다는 경기 불황 등 외부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는 형국이다.

따라서 내수경기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안요인이 얼마나 해소되느냐에 의해 4분기 이후에나 회복을 점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백화점과 할인점 업체들은 하반기에 적극적인 영업활동에 나설 계획이지만 손익만큼은 꼼꼼히 챙기는 '알뜰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과 관련해서는 주5일 근무제 등으로 웰빙과 건강 관련 용품이 계속 인기를 얻는 쪽으로 쇼핑 트렌드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