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보는 하반기 한국 경제 전망은 다소 비관적이다.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전망치는 상향 조정하는 반면 한국의 성장 전망치는 잇따라 하향 조정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올 2분기를 기점으로 하반기 들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내수가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긴축 정책과 고(高)유가 등 대외 돌발 악재들까지 불거지자 연초 6%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최저 4%대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JP모건증권은 지난달 말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6%에서 5.5%로 낮췄으며, 크레디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은 4.2%까지 내렸다.

모건스탠리도 4.9%로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수출 호조세가 한국 제품의 경쟁력 향상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의 고성장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에 기인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하반기 들어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 증가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계 씨티글로벌마켓증권도 지난달 30일 한국의 올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전망치를 6.3%에서 5.0%로 1.3%포인트 끌어내렸다.

내년 GDP 증가율도 기존 6.0%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네덜란드계 증권사인 ING 역시 올 성장률 전망치를 6.0%에서 5.5%로 낮췄다.

특히 ING는 내수 회복이 예상되는 아시아 다른 국가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홍콩은 6.0%에서 6.5%, 말레이시아는 6.3%에서 6.5%, 대만은 5.5%에서 6.0%, 싱가포르는 6.0%에서 7.0%로 전망치를 각각 올렸다.

ING의 팀 고든 아시아금융시장 리서치 대표는 "한국은 국내 수요가 1분기 성장에 기여하지 못한 아시아 내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윤용철 리먼 브러더스 상무도 "연초만 해도 하반기 들어 수출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내수가 살아나 그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빗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신규 산업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한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정도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국제기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말 한국의 올 GDP 증가율 전망치를 연초의 5.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IMF는 그러나 "내수가 부진하고 신용불량자 문제가 있는 데다 유가 상승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특히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해 배드뱅크를 출범한 것을 환영하지만 정부가 추가로 혜택을 줄지 모른다는 인식으로 채무자들이 빚을 잘 갚지 않는 모럴 해저드가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충고를 내놨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