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 사형당했던 "벅빅"(반은 말이고 반은 독수리인 전설의 동물)을 되살려 놓고 누명쓴 죄수까지 위기에서 구출한다.

이전에 야단맞는게 두려워 벅빅의 참수를 외면했고 죄수를 구하는 것에도 소극적이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주인공이 과거를 뉘우치고 정의로 나아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마법세계의 흥미거리에 치중했던 두 전작들과 달리 3편에는 사춘기에 접어든 해리가 자의식에 눈뜨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그는 숨진 부모에 대해 험담하는 아주머니를 응징할 정도로 성장했다.

비극적인 가족사로 고뇌와 번민도 깊어진다.

죽음의 두려움과 씨름하는 해리의 모습은 모든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대변한다.

'소공녀''위대한 유산''이투마마' 등에서 재기 넘치는 성장 드라마를 제시했던 쿠아론 감독의 관심이 깊이 스며 있다.

3편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 중 가장 어두운 세계가 펼쳐진다.

늑대 인간이 출현하고 검은 얼굴의 디멘터(감옥의 간수)가 행복한 기억을 빨아들이는 광경은 거의 공포영화에 가깝다.

캐릭터들은 전편들에 비해 풍성해졌다.

매사에 깐족대는 톰에게 강 펀치를 날릴 정도로 강단 있는 헤르미온(에마 왓슨),천방지축의 트릴로니 교수(에마 톰슨),너무 똑똑해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인 루핀 교수(데이비드 튤리스),근엄함에서 온화한 성품으로 바뀐 덤블도어 교장(마이클 갬본)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아즈카반의 죄수 시리우스 블랙 역을 맡은 게리 올드먼의 개성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게다가 '벅빅'을 제외하고는 희한한 동물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최대 장점인 눈요깃거리가 그만큼 감소한 것이다.

원작 인물에 비해 너무 빨리 자란 해리 포터 역의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이제는 교체돼야 할 듯싶다.

16일 개봉,전체관람가.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